핑퐁 세트 - 전5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사 후 자동문을 처음 달아보았습니다. 더는 집 열쇠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했지만, 암호로 되어있는 잠금장치를 정확히 눌러야만 문이 열리게 되더군요. 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만약 암호를 잊어버린다면 자기 집이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당혹스런 상황도 생기겠죠.

어디 잠금장치뿐이겠습니까? 모든 것은 특정한 암호로 열리는 자기만의 고유한 문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철학자 아도르노는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자물쇠들을 여는 것과 같고, 그 열림은 하나의 개별적인 열쇠나 번호가 아니라 어떤 번호들의 배열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암호를 하나하나씩 이해하는 것이겠죠.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5)(애니북스, 2007) 은 캐릭터가 살아있는 좋은 만화책입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탁구에서 일인자가 되고 싶지만 연습을 게을리하는 날라리 천재 페코(호시노 유타가)재능을 믿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노력형 천재 스마일(츠키모토 마코토)이 등장합니다. 둘은 서로 다르지만 보완하며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가는 관계입니다. 특히 스마일에게 페코는 삶이나 탁구에서나 위기의 순간에 등장하는 히어로입니다. 하지만 페코가 중국 상하이 주어니 유소년팀 출신의 엘리트인 콩 웬거에게 완패를 당하고, 또 다른 선수에게 패하고 슬럼프에 빠지게 되자 둘 사이는 멀어집니다. 그러던 중 스마일의 숨겨진 재능을 안 코치에 의해 그는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마침내 페코의 최고 맞수로 떠오르게 됩니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마일과 같은 삶이 있고 페코와 같은 삶이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삶을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어쩌면 그 사람이 성취한 것들이 아니라 성취하지 못한 것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간절히 손에 쥐기를 소망했지만 끝내 그렇게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흘려보낸 시간. 성공한 이후의 모습이 아니라 그 절망의 근처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거기가 그 사람이 더 깊어지는 지점입니다. 핑퐁은 그 부들부들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재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헤매고, 실수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합니다. 실수하고 만회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2등을 하면서 1등처럼 웃을 줄 아는 사람은 매력적입니다. 실수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삶. ‘쫄지마인생입니다 

평지에 있는 꽃도 있지만, 고산지대에 있는 들꽃도 있습니다. 평지에서 장미, 튤립, 등과 같은 꽃은 매력과 향기를 자랑합니다. 그렇지만 고산지대의 들꽃에는 그런 수식을 할 겨를도 없습니다. 들꽃은 자연의 매서움을 이기느라 자신을 아름답게 치장할 여력이 없습니다. 오직 생명을 유지하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스마일과 페코가 있습니다. 아니 많은 들꽃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깊은 곳을 두드려보기도 하고 슬픈 소리를 들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볼 것입니다.

 

그는 내게 귀고리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내 귀만 뚫어놓았다는 아라비아 속담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상대의 마음을 두드리다가 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뚫어버린 경험이 있겠지요. 핑퐁을 읽어보세요. “꽃 한 송이 때문에 길을 멀리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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