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의 발칙한 아내
한지수 지음 / 문학사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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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선재는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액수의 유산을 상속 받는다. 그것도 결혼 한 적도 없는 총각이 죽은 아내로부터의 유산 상속!


그는 결혼을 여섯 번이나 했다. 하지만 그 결혼이란 건 ‘결혼은 연애의 시작’이라는 가상결혼 사이트에서 만나 가상의 현실 속에서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러하니 현실세계에서 유효할리없다. 그런 그에게 죽은 아내로부터의 유산상속이라니…?


책 제목도 그러했고, 책 소개를 읽고,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재밌는(?) 상황인 것 같은데,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니… 어울리지 않다.. 싶기도 하여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나는 로맨스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특히나 한국 로맨스 소설은 거의 읽은 게 없는데… 어쩐지 이 소설 궁금해져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여느 로맨스 소설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던 걸까…?


가상사이트에서 다섯 번에 결혼과 이혼을 했지만… 제대로 만난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만난 여섯 번째 아내. 그가 원하는 스타일의 사람이었고, 그녀와는 말도 잘 통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내어 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당시 그녀에게 집중하지 않았다. 형이 교통사고를 당한 자리에서 나타난 묘령의 여인 마린. 늦은 밤이나 새벽에 나타나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든 상태였으나 갑자기 사라져 버린 탓에 그는 마냥 그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여섯 번째 아내와 대화를 하면서도 좋긴 했지만, 마린 생각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여섯 번째 아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녀는 그에게 거액의 유산을 상속한다. 이제 그는 자신에게 남겨진 유품과 그가 기억하는 정보들로 그녀를 추적해 나간다. 실제 결혼을 한 적 없는 자신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떡 하니 아내로 올라와 있는 ‘이경이란 여자의 정체를 그는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비단, 어쩌다 ‘결혼은 연애의 시작’이라는 사이트에서 만난 인연의 시작이 아니었다. 더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녀의 유품 중 핸드폰에서 발견된 다이어리에서 그녀의 절절한 사랑의 감정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가 알지 못했던 많은 일들에 관해서도 알게 된다.


가볍고, 특이한 재밌는 로맨스 소설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좀 절절하면서도, 애틋하고,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독특한 방식의 사랑이야기가 사랑에 관한 마음을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아픈 사연인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도 한 부분 담고 있기도 하여 가슴 아프고, 묵직했다. < 40일의 발칙한 아내 >는 그저 신파적이거나 달달 하기만한 로맨스 소설이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참 괜찮은 소설이었던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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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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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쯤 < 속죄의 소나타 >를 무척 재밌게 읽은 바 있었다. 이번 < 추억의 야상곡 >은 < 속죄의 소나타 >에 이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이다. 그래서 매우 기대되는 작푸미었다.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을 좋아하기에 꽤 잔혹한 장면도 잘 읽는 편(?)이지만, 이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책장을 열자마자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 속죄의 소나타 >에서도 그러하더니 이번 < 추억의 야상곡 > 역시 리얼-하게 시체를 토막내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어찌나 묘사가 생생한지... 내가 여학생의 목에 칼을 찔러 넣는 느낌이었다. 왠지 정말 버터를 자를 때의 기억마저 불러왔다. 내 손이 피와 지방으로 끈적끈적해진 기분.... 항상 시체의 해체 장면묘사로 시작하는 이 시리즈 정말 살벌하다. 여기서 살짝 딴 이야기지만, 이렇게 시체 해체 장면을 읽다보면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인 <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나 < 히포크라테스의 우울 >도 궁금해진다. 법의학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인 듯한데, 아주 이것보다 더 리얼하게 시체해체에 묘사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건 범죄가 아니라 사건을 밝힐 법의학적인 시체 해부겠지만...

다시 < 추억의 야상곡 >으로 돌아와 이 이야기는 미코시바가 신문 사회면에서 발견한 남편 살해 사건에 관한 공판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된다. 다른 사람과의 재혼을 꿈꾸는 쓰다 아키코. 폭력을 행사하고, 경제적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남편을 끔찍하게 죽인 사건이었다. 남편을 살해한 아내는 현장에서 시아버지에게 발각되었고, 경찰에 신고 당해 현장에서 바로 체포되었고, 자신의 범죄 사실을 모두 실토하여 유죄를 판결받아 형을 선고 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소를 한다. 매우 이치에 맞지 않는 듯하지만, 변호사 미코시바는 그녀의 변호사를 간단히 협박(?)해 밀어내고, 자신이 그 일을 맡게 된다. 재력가들의 변호만 하면서 두둑한 수임료를 챙기는 미코시바는 그다지 경제력이 좋지도 않은 쓰다 아키코의 변호를 왜 자청했을까? 거기다 현장에서 검거되어 누가봐도 이 사건의 범인은 아키코인데... 왜 그녀의 항소심의 변호를 맞은 걸까?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변호사라도 어떻게 이 사건을 뒤집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사건을 미코시바가 맡았다는 소식에 오래전 미코시바와 재판에서 붙어 처참하게 패한 검사 미사키는 이번에 만회할 계기로 삼아 미사키 역시 자청해서 미코시바의 상대로 재판에 참여하여 법정 대결을 벌인다. 아키코가 감추고 있는 것, 그녀의 시아버지가 감추고 있는 것... 사건의 내막은 대체 뭘까...? 미코시바는 대체 왜 이 사건에 흥미를 갖게 된걸까? 그가 이 사건을 통해 정말 원하는게 뭘까? 미사키 이상으로 궁금했다.

 

이번에 < 추억의 야상곡 > 역시 무척 즐거웠다.

여러 가지의 궁금증과 왜 쓰다 아키코의 사건을 그는 꼭 맡으려하는건지... 도대체 이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무척 궁금했고, 검사 미사키와의 대립하며 법정공방 등.. 궁금증과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들과 밝혀질 이야기, 그리고 반전까지... 몰입하게 만들어 속도감 있게 책이 읽혔던 듯하다.

 

첫 번째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 < 추억의 야상곡 > 무척 재밌게 읽어서 다음 작품인 세 번째 이야기인 < 은수의 레퀴엠 >도 기다려지고, 이 외에도 많은 다른 전작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부터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로 이제야 접하게 되어 늦었지만 작가님의 팬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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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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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연한 계기로 팝송에 흥미를 가지게 됐는데, 여기에 딱 맞게 재밌는 책을 한권 만나게 됐다. < POP IT UP! >

그러니까 팝송을 주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그러니까 대중음악에 관해, 음악 이론에 관해서 쉽게, 만화로 설명해주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사실 이론은 질색이다. 정확히,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니까... 그냥 어렵다는 편견으로 그냥 싫어 피하는 것이다. 음악을 쉽게 풀었다고 하지만, 그냥 서술되는 일반 책으로 나왔다면 분명 읽다가 난 또 포기했지 싶다. 다행히 < POP IT UP! >은 만화로 그려져 있고, 쉽게 풀어 그리고, 재밌게 설명해 주니까 좀 더 이해가 쉬웠다. 그리고 만화여서 좋은 점은 설명에 그림들이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글로 설명한 것보다 그림으로 이거다 하고 보여주니까 더 이해하기 좋은 것 같았다.


노래의 길이, 인트로의 길이는 보자마자 단박에 그렇다! 싶었다.

내가 음악을 듣는 것만해도 생각해보면 너무 늘어지거나 인트로가 너무 길다 싶으면 오히려 관심이 사라진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공식이나 곡의 형식등 여러 설명이 있었는데, 잘 풀어 설명되어 재밌게 배워 볼 수 있었다.


정말 콩나물만 나와 있으면 머리 아팠을 텐데....

남무성, 장기호 두 분이 아무래도 쉽게 음악 이론을 일반 사람도 접할 수 있도록 하려 했던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많이 들어봤던 음악들등으로 쉽게 예제를 잡아주어 좀 더 쉽게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았나 싶다.

 

음악이론에 관해 처음 접해서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사실은 여전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다보면, 혹은 나 정도의 음악에 아예 문외한만 아니라면 이해 속도가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에는 실용음악의 용어들이 여러 가지 나와 있어 좋았던 것 같다. 흔히 사용되는 악기들이나 음악 작업 용어들, 연주법등의 용어들을 설명해주어서 참 좋다.

 

꼭 음악을 만들어 보겠다고 이 책을 읽는 것 보다 그저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참 좋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책을 접하고, 좀 더 알고 들으면 더 즐겁고, 음악을 듣다가 문득 내가 책에서 본 내용에 관해 캐치해 내거나 아! 이부분은 이렇게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고 알아 들었을 때 묘하게 즐거울 것 같다. 오늘 음악을 음악 형식이나 훅에 관해서 생각하며 들으니까 노래를 만들면서 신경 썼을 법한 부분들이 눈에 띄니까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재미가 생긴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고,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음악이론에 관해서 접한 건 처음인지라 모두 다 이해했다! 라고 말 할 순 없지만, 음악 이론을 어렵다, 힘들다 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장 까지 재밌게 읽으면서 알아 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쉽게 접해 배워 볼 수 있는 책으론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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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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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라는 남자 >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

그러나 그 유명한 감동 소설인 < 오베라는 남자 >를 나는 아직 읽지 못했다.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님의 작품 중 접한 작품은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 밖에 없었다.

그 작품도 무척 좋아서 < 오베라는 남자 >도 꼭 읽어 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직 읽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 베어타운 >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도 무척 좋다고 생각했는데 < 베어타운 >을 읽으면서 정말 나도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님에게 매료되어 버린 것 같다.

 

< 베어타운 >은 서양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한국 소설을 읽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국내의 뉴스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일의 진행 방식이라던가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과 군중 심리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무섭고, 끔찍했다. 처음에 이 소설은 베어타운 이라는 작고, 쇠락해가는 마을이 하키라는 스포츠로 마을을 다시 살려 보려는 하키라는 것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마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훌륭한 선수와 그 선수를 발견해 낸 훌륭한 코치, 그걸 이끌어 갈 새로운 새대의 교체와 그런 스포츠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한 마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준결승전을 승리로 이끌고, 그 승리감으로 온 마을이 젖어 있을 때 그 승리감과 패배란 걸 경험 해 본 적 없고, 엄청난 승부욕을 가진 베어타운의 하키팀을 승리로 이끈 케빈은 하키팀 단장의 딸인 마야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된다. 헌데, 이 일은 오히려 피해자인 마야가.. 오히려 가해자로 변해간다. 이미 마을 자체가 하키라는 매개물로 하나가 되어 있고, 팀원들 역시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이미 그들은 하나의 공동체로 마야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며, 캐빈과 베어타운을 망치려 드는 인물로 간주한다. 그들을 질투해 그들을 망치려는 인물들로 마야의 가족들을 몰아간다.

 

갈등이 벌어지면 우리는 제일 먼저 편을 정한다. 양쪽의 생각을 같이 하는 것보다 그러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의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는다. 평범한 일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위안이 될 만한 증거를 찾는다. 그런 다음에는 적에게서 인간성을 거세한다. 그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이름을 제거하는 것이다.’(p.374)

 

그랬다. 뉴스를 접할 때도 어떻게 저렇게 어이없는 상황에서 저들이 저렇게 어이없게 구는 사람들의 편을 들 수 있지? 어떻게 잘못된 걸 생각하지 못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다가 확.. 찔렸다. 깨달았다. 무엇이 옳다기보다 편을 만들고, 무리를 만든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편이 진실이고, 반대편은 적이다. 그리고 적으로 간주된 편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다. 읽는 내내 불편했고, 힘들었다. 이게 비단 소설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니까... 언제나 여전히.... 특히 요즘 미투캠페인으로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를 고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받는 것은 달라지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인터넷상에서도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힘있는 자. 가진 자. 어떠한 과정을 가지던 이기는 게 중시 된 사회. 끔찍한 집단주의, 우리는 하나라는 미명아래 옳고, 그름따윈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속한 곳은 당연히 잘못될 수 없으니까, 잘못할 리 없으니까 옳음을 동조하는 사회.

 

이 이야기는 작은 마을 베어타운을 빗대 개인... 공동체... 한 마을.... 한 나라... 현 시대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어 읽으면서 많이 힘들고, 무섭고, 많은 생각을 하게 끔 만든 책이었다. 읽으면서 ‘하나’라는 공동체적 폭력성과 생각없음을 생각하게 되고,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그저 내 개인의 생각이 맞는 건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볍게 읽을 소설을 생각했다가 의외의 두께에도 놀랐었는데, 실제 이야기의 무게감은 책의 두께보다 훨씬 묵직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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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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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대의 사회인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항상 소통이 가능하고, 연결되어 있지만, 어쩌면 그 만큼 더 고독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다 ‘알 수도 있는 사람’에 추천이 떠서 보게 된 그는 한 때 자기자신보다도 좋아했던 가오리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는 그녀의 페이스북을 보던 중 인파들에 떠밀리다가 순간 그녀에게 친구신청을 해버리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를 과거 그녀를 만났던 시점으로 불러 들인다.


그의 과거를 따라가다 보니 마치 나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 같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우리가 앓았던 젊은 날이지 않았을까 싶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이야기… 어른이 되지 못한 그때…. 어른이 되지 못한 지금…. 글쎄..? 어른이란 건 어떤 걸까…?


한 사람의 일상적인 에세이 한편을 읽은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인물과 누군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과 그림자, 그의 고독, 그의 사랑, 그의 일과, 흔들림과 인간관계들이 그저 낯설지 않아 에세이를 읽고, 공감하며, 위안을 얻듯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은 것 같았다. 내가 주인공 같기도 하고…. 가오리 같기도 하고….  주인공들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독과 다정함, 슬픔들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특별히 세세하게 인물을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함에도 그들의 모습에 감정이 잘 전달되고, 위로와 공감을 받은 것은 고독하고, 쓸쓸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안온하게 내가 쉴 수 있는….


삶이란 뭔가 특별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와 그녀가 연결되는 그 시점도, 그와 그녀가 헤어지던 그때도…. (사실 조금은 궁금하다. 마지막의 그때의 가오리의 마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가오리에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정말 어떤 느낌이었을까? 가오리에게 그는 어떤 존재였을까…?


많은 사람들과 ,SNS로 매일 이다시피 인사를 나누지만 정작 그들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상에 놓인 존재들로 보이기도 했다. 모두들 ‘나, 여기에 있어.’하며 캐릭터를 깜박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저마다 고독한 존재일 뿐이었다. 커뮤니케이션방식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 고독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1등성부터 6등성까지, 빛의 강도와 크기는 각각 달라도 좀 더 빨리, 좀 더 깊이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하고 있다. 사실은 다들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는지도 몰랐다.(p.230)

매우 공감 가는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관종’이라고 부르며 타인을 비하하곤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 어쩌면 예전보다 이렇게 매일 같이 SNS에 연결되어 알고 싶어서, 혹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타인의 생활상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인간관계들... 그렇게 우린 더욱 고독하고, 더욱더 외로워져 누군가의 관심을 얻고, 나의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을까? 특별히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가 누군가의 관심 받고, 내 고독에서 벗어나고픈 ‘관종’들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나의 과거의 기억도 소환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SNS를 만지작거려 보았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시작한 트위터에게 시작된 이 글이 왜 이토록 인기를 끌면서 책으로까지 출간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하게 인물이나, 소재와 문체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들이라 위안과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인물들에 많은 공감을 받아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장들에도 무척 공감 가는 글들이 많았던 책이었던 것 같다.



곁에 있어주던 사람이 떠나면 다시는 그토록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안타까워하지만 이별 뒤에는 언제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 떠나면 대체할 상대를 만나게 되어 있고, 세상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굴러간다. 변함없이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고, 또 밤이 찾아 온다.(p.77)


마음의 상처도 여러 종류이다.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저절로 치유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끝내 그대로 남아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상처도 있다. 페이스북이 무신경하게 들이민 가오리의 페이지를 보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던 상처가 다시 심상치 않은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오리는 내게 추억의 방 속에 가둬둘 수만은 없는 존재였다. (p.78)


“어디로 떠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야자와 겐지는 아마도 병든 누이와 은하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거야.” (p.113)


기쁨과 슬픔은 함께 나눌 누군가가 옆에 있어준다면 비록 꿈을 이루거나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p.30)


남녀 사이에서 내게 볼록이면 상대는 오목인 단순조합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내가 세모면 상대는 별 모양인 경우가 더 흔하다. 어떤 커플이든 매사 마음이 척척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색한 상황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면 가오리와 난 지금도 이 자리에 함께 있을지 모른다.(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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