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라크르
서진연 지음 / 답(도서출판)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나는 정말 실제일까?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나는 누군가가 잘 짜놓은 그 어떤 다른 세계 속... 허구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허상은 아닐까?

< 시뮬라크르 >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들었습니다. 본래도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해보곤 했었습니다. 익숙한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고, 낮선 것에서, 낮선 장소에서, 낮선 인물에게서 기묘한 기시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이것이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정말 이건 정말 내 삶이 맞는가? 내가 살아가고, 써내려가는 내 삶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더 깊게 들었습니다.

 

남편을 사고로 잃고, 잊을 수 없어 가상의 세계에서 살려낸 세영, 시력을 잃어가는 친구를 대신해 그의 그림을 표방하여 유명한 미술가로 인정받은 완, 세상의 대재앙이 일어나 먹을 것도 없어, 심지어 인간이 인간을 사냥하는 끔찍한 세상에 살고 있는 루, 푸코, 시몬, 태수가 살고 있는 세계.

이렇게 완전히 다른 세계와 완전히 다른 인물들이 이야기는 무엇이 만들어진 세계인지, 진짜 세상인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떤 일의 미래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각자의 다른 이야기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이 세 세상들이 겹쳐지는 부분이 발생하면서 기묘하게 인물들이 엮이고, 목격되어집니다.

 

때때로 현재 속한 삶이 누군가가 짜놓은 각본은 아닌가? 혹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같은 묘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그런 느낌을 가져 본적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하니 책을 읽으면서 어느 쪽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기분은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느껴봤음직한 감정과 시선이 기억하기에 책에 더 빠져들어서 읽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뮬라크르는 순간적으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모든 사건 또는 자기 동일성이 없는 복제를 가리키는 철학 개념이라고 합니다. 사실 뜻도 조금 어렵네요.

음, 이야기의 세 세상은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현실과 허구의 세계가 뒤틀려서 만난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간절함으로 만들어진 세상들이 진짜 세계와 묘하게 겹쳐져 들어난 걸까요?

아니면, 우리는 같지만 다른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 틈새가 생기는 공간에서 엿본 다른 세계에서 영감을 얻고는 하는 걸까요? 그것이 자신의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진짜 세상, 가짜 세상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는 아닐까요?

 

묘한 발상의 이야기와 기묘하게 겹쳐진 세상들의 이야기이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한번쯤은 생각하거나 느껴봤던 기시감들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조금은 소름 돋고, 무섭단 생각도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재밌었고, 여러모로 생각해봤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독성도 좋았고, 오랜만에 읽은 한국 소설이었는데, 재밌었고, 책을 덮고도 묘한 기분이 들었고, 어쩐지 지켜보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섬뜩(?)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