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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ㅣ 새움 세계문학전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만나기 전까지 책의 제목이 왜 ‘사양’일까? 생각했다. ‘사양’이란 의미는 겸손한 의미로 남에게 양보할 때 쓰는 그런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제목인 < 사양 >은 석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것에 몰려 점점 몰락해가는 것을 거기에 비유한 말이다. 이야기는 일본의 전후의 한 귀족가의 몰락을 그리고 있다. 여리고, 고고하고, 아름다운... 전쟁 후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귀족 같은 면모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하고, 부양하는 것에 삶의 이어가는 이유인 것 가즈코는 사실 동생 때문에 딱 한번 만난 적이 우에하라를 사랑하고 있고, 그를 다시 만나는 것, 그의 아이를 갖는 것이 그녀의 삶의 목표이며, 그녀를 살게 하게하는 이유이다. 그녀의 삶은 무척 힘들었다. 그녀는 이혼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약에 빠져 있던 동생은 약값을 그녀에게 끊임없이 요구했고, 그녀는 옷가지며, 장신구를 팔아 동생에게 건네야했다. 그 돈들은 동생에게 직접 전해지지 않고, 우에하라를 통해 전해졌는데... 딱 한번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그를 마음에 품게 된다. 그리고 남편과는 이혼을 하고 임신한 아이까지 사산된다. 동생은 전쟁으로 징용 당하고 어머니와 둘이 힘들게 살고 있었으나, 후에 늦게 다시 돌아온 동생은 군대에서 역시 마약을 하고, 정신을 못 차린 상태이다.
가즈코에겐 정말 버거운 삶이 아닐 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쇠해가는 집안과 그걸 혼자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라고는 그저 단 한번 만남으로 마음에 품은 한 남자라니... 어쩐지 마음이 무겁고 씁쓸하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한 집안... 그러니까 일본의 귀족가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일본의 역사나 분위기를 좀 더 알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꽤 잘 읽히고, 어렴풋 변화된 세상에서의 퇴색되고, 몰락되어 가는 귀족들의 이야기로만 들여다봤을 때도 그들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의 각자의 살아가는 의미 등을 생각 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도 후에 다시 읽어본다면 느낌이 또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역자님이 알려주신 바에 따르면 < 사양 >의 가즈코는 실제 모델이 있다고 했다. 디자이 오사무의 팬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오타 시즈코. 그리고 그때 디자이 오사무는 처자식이 있는 상태였으니 < 사양 >의 가즈코와 우에하라의 관계와 같은... 그러니까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가 소설화 된 게 아닌가 싶어진다. 실제로 시즈코의 일기를 읽고, 디자이 오사무는 < 사양 >을 떠올렸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앞전에 읽은 < 인간 실격 >과 같이 < 사양 >에서도 자전적 소설이지 싶다.
사람이 살아감에 관한 의미나, 지금보다 더 여성에게 자유롭지도 않고, 암담했던 시대에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가려한 그녀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것 같았다. < 사양 >한 귀족가의 몰락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가즈코를 통해 희망을 그리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읽으면서 정신 못 차리는 동생에 갑갑증을 불러일으켰는데, 나오지는 후에 그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시대가 변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가 적응치 못하고 매번 선택해야했던 좋지 못한 행동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