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이야기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 인생 우화 > 이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그들이 기쁘고, 지혜롭게 살기를 바랐으나 인간 세상은 점점 번창해 나감에 따라 인간들은 나날이 어리석게 변했으며, 상황이 나쁘게 변해갔다. 그래서 신은 천사에게 명했다. 지혜로운 자들은 마을 곳곳에 골고루 흩어 떨어뜨려서 어리석은 자들을 가르치게 하고, 어리석은 자들은 자루에 담아 데리고 오라고. 그들을 다시 가르치겠노라고. 순조로웠던 지혜로운 자를 여러 마을에 떨어뜨리는 일과는 달리 어리석은 자들을 데리고 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만큼 어리석은 자들은 많았고, 어리석은 자들을 담은 무거운 자루는 키 큰 나무에 걸려 찢어지는 바람에 모두 헤움이라는 마을에 떨어져 버리게 되었다. 그 바람에 어리석은 자들은 헤움에 모여 살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 인생 우화 >는 그 헤움 사람들의 이야기가 짤막짤막하게 담겨 있다. 그들의 바보 같고, 어리석은 헤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왜 하필 핀란드로 배경을 삼았을까? 실제로 헤움이라는 마을이 있으면 바보들이 사는 마을로 비유하면 그 곳 사람이나 핀란드에선 기분이 좋지 않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실제 핀란드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류시화 작가님이 내용을 보태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어리석을까? 싶지만.... 사실은 바보들이 모여 사는 헤움이 아니라 현실의 사람들이 대부분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쉽게 어리석은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뜨끔뜨끔한 순간도, 생각하게 되는 순간도 많았으니 말이다.

 

첫 이야기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져서 나를 나이게끔 증명하는 것에 관해 꽤 오래 생각해 본 것 같다. (그래서 첫 이야기 이후 뒷이야기를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예전 전래 동화에서처럼 간밤에 깎은 내 손톱을 주어먹은 쥐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나랑 똑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면.... 그렇게 똑같은 사람 중 과연 나는 나로 구분해 놓는 것은.... 나를 나로 정의하는 것은 무엇으로 가능할까? 난 아직도 정확히 나를 나임을 증명하는 것에 관해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빵장수가 아니니 팔에 파란 끈을 묶고 다니며 나를 나로 증명해야 하려나?

 

‘전염병 미해결 사건’도 보면 전염병이 걸려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의회가 열리고, 해결책으로 ‘아침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아침에 기도하고, 경전을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기로 한다. 전염병이 번지는 판국에 해결책이라고 만든 게 기도하고, 경전을 공부하는 모임을 만든 것도 당혹스러운데, 것도 모자라 아침잠이 많은 헤움 사람들을 문제가 생기자 다시 의회를 열고, 그 결과 아침마다 회당지기를 고용해 아침마다 깨워 줄 사람을 뽑는다. 하지만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회당지기에겐 끝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하고, 계속해서 의회는 벌어지고, 해결책들이 이어진다. 시급한 문제는 제쳐두고, 어리석은 문제에 매달려 있다. 실제 현실의 의회... 정치판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해졌다. 하지만 작게 돌아보면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싶다. 때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쳐두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뻗쳐 나온 다른 잔가지 생각들을 들여다보느라 실제의 문제를 신경도 쓰지 않고 있음을 느낄 때가 종종 있어서 어리석은 내 모습이 떠올라 웃펐다.

 

이렇게 헤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일화들을 읽으며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러함 속에서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많았던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인생 우화 > 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짧게 짧게 나눠진 헤움에서의 일화들로 엮인 책들이라 때때로 아무 부분이나 펴들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