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평 활동을 시작하면서 받아본 책 중에 본인을 가장 행복하게 한 책입니다. 사실 그동안 마음에도 없는 서평을 쓰면서 자괴감이 드는 순간도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달려들게 될 것 같고요. 동시에 제가 이러쿵, 함부로 떠들기에는 오히려 누군가에게 해악이 될까 싶기도 하므로…어디까지나 책의 바깥에서 혀만 낼름대보려고 합니다.
우선 카프카 전집의 경우 솔 출판사에서 최초로 번역본을 낸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카프카의 소설집이나 다른 문건들은 브로트 편집본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종의 편집본이거든요. 편집은 확실히 돌출된 부위를 깔끔하게 도려낼 수 있으므로..분명히 필요한 작업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시작점에서부터 한계를 간직하고 출발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나의 카프카>의 경우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번역판이 나왔다고 하고요.
2. 책의 두께가 두께인만큼, 본격적으로 책을 펼치기 전에 구성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할 텐데요. 위에 사진에 첨부를 해 놓았듯이 카프카의 전기로 시작해서 카프카의 삶과 학설에 대해 파고드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니까 어느정도 둘레를 만들고서는 아예 작정하고서 아래로 굴을 파는 모양새랄까요. 때문에, 어지간한 평전이나 전기를 능가하는 컨텐츠를 페이지로 차근차근 누적해갑니다. 대체적으로 연대기별로 구성되어 있고 따로 줄거리가 있는 서사집이 아니므로….
3. 프란츠 전집이지만 <나의 카프카>의 경우 저자가 프란츠 카프카가 아닙니다. 막스 브로트, 라고 해요. 국내에 소개된 프란츠 카프카의 저서들과 산문집은 '브로트판'이라고 해서 일종의 편집본입니다. 위에 첨부하였듯, 카프카의 후원자이자 편집자였기도 하고요. 카프카가 작품 내용을 가장 먼저 나눈 좋은 친구였다고 하지요. 비틀즈가 비틀즈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작은 동네에 4명의 천재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친구였기 때문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카프카는 물론,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막스 브로트의 존재와 행적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4. 흔히 카프카적이다…라고 한다면 혹자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카프카의 경우는 그의 전기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근대의 대공황이라던가 혼란한 사건들을 겪기 전부터, 저작활동을 해왔거든요. 그럼에도 근대의 대공황이랄지, 그 침울한 분위기를 먼저 읽어낸 부분이 작품 속에 선명합니다. 즉, 카프카적이다, 라고 얘기한다면 문학이란 것이 미래의 분위기나 뉘앙스를 적확한 방향으로 읽어내는 독법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거지요. 혹은 내러티브보다, 그러니까 사건의 흐름이라기보다 의식의 흐름으로 무언가를 짚어나가는 형식이랄까요. 그러니까 결과보다는 흐름자체가 중요한 작품들을 의미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해석도 판이하고 애초에 추상적으로밖에 구연되지 않는 부분이라 어딘가 형이상학적으로 느껴지지만 굳이 설명을 하려고 하지 않고, 감각하려고 하면 탁월한 구석도 있고요. 뭐랄까, 소설이나 문학이 당대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서 후대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겠지만 무언가 대비로서의 문학, 예언이자 경고로서의 문학은 또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것일까…
5. 그러니까 카프카의 작품들은 결말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발산하는 형태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거기서 통렬함을 느끼기도 하고, 초월감을 맛볼 수 있기도 하고요. 실은 애초에 미완의 글이기도 하니까요. '프란츠 카프카'라고 하면 작금에 와서는 일종의 고유명사로 작용하는 것이므로…교양처럼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전집을 읽어본다면 소설은 물론 많은 장르와 매체들을 독해하는 데 있어서 지평을 큰 폭으로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솔 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은 대담한 용기를 내어 거의 완전한 원문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책들을 펴내고 있고요. 많은 책들이 편집자의 시선으로 잘려나가고, 텍스트는 조각이 난 채로 독자들에게 예쁘게 주어지는데 그런 부분이 확실히 잘 팔리기도 하고 이해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당연스런 한계에 맞게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면에서 다시 한번 응원과 감사를 드리며 프리뷰를 마칩니다. 주기적으로 찾아보고 사전처럼 들춰내며 탈탈 털고 또 털어도 계속 무언가를 털어낼 책입니다. 사전처럼 구비해두시길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