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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1.
김영사에서 출간된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입니다. <사피엔스>로 시작한 인류 3부작을 마무리하는 책이에요. 다만 오늘 소개드릴 책의 경우 앞선 2부작과는 어떤 면에서는 독립적인 구석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피엔스>가 인류의 기원에서 시작해 현대인을 다뤘다면, <호모데우스>는 현대인에서 시작해 인류의 미래와 과제를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연대기 순으로 정리가 된 마당에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어느 시기에 자리할 것인가...
2.
굳이 따지자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다시 현세로 돌아와 인류를 진단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작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찰해볼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산업혁명 이후, 20세기의 주요한 특징은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낙관론이 집안 곳곳에 가득했다는 것이잖아요. 실제로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수많은 지표들이 밝은 미래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순식간에 홍수처럼 경제공황이 들이닥쳤고 비눗방울처럼 톡하고 버블들이 꺼지며 많은 나라들이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지요. 거기서부터 불확실성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바로 21세기지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가령 구직을 예로 들어보자. 21세기에는 어떤 일자리에 누구를 채용할지 결정하는 일도 점점 더 알고리즘 몫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기계에 의존해서 관련 윤리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 그 일은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용 시장에 필요한 윤리적 표준에 관해 한 번 결정을 내리고 나면 - 예를 들어 흑인이나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결정하면 - 이 표준을 실행에 옮기고 유지하는 데에서는 인간보다 기계에 의존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p105
3.
이처럼, 점차 인류는 AI를 비롯한 인공지능과 능률 좋은 기계들에 의해 대체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SF영화나 소설에서 그려지는 것 이상의,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모릅니다 (4부 18장).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유발 하라리는 그 과정에서 정치, 종교, 문명, 교육, 우리의 무지 등을 가리지 않고 분석하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5부 '회복탄력성'에서는 개인의 차원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분석합니다. 이처럼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날카롭게 분석하면서도 결코 단언하지는 않습니다. 함부로 이것은 이것이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랄지, 무엇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이다라는 성급한 판단을 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저 적확한 수치와 자료들을 보여주고 판단은 유보하지요. 그러니까 답을 내리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하는 책입니다. 그 와중에 탁월한 문장들과 유발 하라리 특유의 비유들은 여전히 수려하고요. 역시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비롯해 유발 하라리에 열광해 온 저로써는 3부작의 덤덤한 마무리가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군요. 많은 분들께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