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마음의 생태학 -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김우창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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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우창 선생의 <깊은 마음의 생태학>입니다. 제목과 달리 생태학 관련 저술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생태학이라는 학제를 차용한 것은, 일종의 수사에 가깝습니다. , 인간 중심의 사고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제 경우, <행동과 사유>에서 김우창 선생의 활동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고요. 어떤 면에서 저자 자체가 국내 인문학계에서 적립해 온 위치가 확고하므로 확실히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단, 문학이나 철학에 머물지 않고 경제학, 사회학, 생명과학까지 넘나드는 통찰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저자는 생태인문학이라는 표현으로 이 장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2.

 

책이 쉽지 않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오래도록 머물며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맛이 있는 책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의 연마는 삶의 역정에서 불가피한 것이다. 과학적 사고는 이 역정에서 정신적 체험의 일부이다. 동시에 이러한 체험에 기초하여 참으로 과학적인 사고도 연마되어 나온다. 우리는 데카르트의 자전적 기록에서 단순히 과학적인 사고의 모범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삶을 살려는 사람의 한 전형을 본다....-p64

 

그러니까 작금의 생명공학이 던지는 그 압도적인 속도감과 편리함, 동시에 윤리적인 문제점들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종의 지침이 되어줄 책이에요. 우선 문장들 자체가 미려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끝내 이르게 되는 통찰은 등대처럼 우리의 궁색한 생각에 빛을 비춰주게 되어요. 하지만, 책은 어떤 결론을 내린다거나 목적지를 얘기하지 않아요. 오히려 종착지에 이르는 길목이나 그 과정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3.

 

"우리는 마음을 새로 먹으라는 말씀을 너무나 많이 들어 왔기 때문에, 그리고 마음만 새로 먹어서는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마음으로 환원하는 데에 주저를 느낀다. 그러나 마음은 현실의 일부이다. 그것은 현실과 맞물려서 돌아가는 한 원리이다" -p482

 

 

이처럼 문장 하나하나에 오래도록 머무르면서 그 문장들이 이룬 숲의 숨결을 차분히 느껴볼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 인문학이라는 정의되지 않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인문학 서적들보다 정말로 인문학이라는 생태계를 담아내고 있는 하나남은 인문학 책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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