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을 소개합니다. 타인의 해석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원제는 'Talking to strangers'. 직역하자면 '이방인(타인)에게 말 걸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홉스는 이미 17세기에 인간의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정의했지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매일 불가항력에 의해 타인과 마주합니다. 출근길에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이든,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메뉴판을 건네는 점원이든, 휴가를 맞아 집에서 칩거를 하는 와중에 울리는 통신사의 사랑고백이든,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타인을 마주하게 되지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타인을 마주할 때, 즉각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툴을 제공해줄 책입니다. 그런 기능을 내포한 장비 치고는 참 저렴하지요.

2.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됩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타인을 오해하게 되는 근거와 타인을 파악하기 위한 기술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를 비롯한 책으로 잘 알려진 작가인데요. 수많은 저널리스트들의 귀감이 되어주었고,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 역시 여전히 말콤 글래드웰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역사 속 야사를 비롯해 최근의 시사지식까지, 적합한 사례라면 아낌없이 가져다 쓸 수 있는 스펙트럼이 말콤 글래드웰의 큰 장기 중 하나겠지요. 그리고 그 유려함은 이번 신작에서도 여전합니다. 책의 프롤로그는 2페이지 분량의 짧은 경험담을 소개하는데 짧지만 강력하지요. 저자의 장기는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 때론 심리학과, 또 때로는 자연과학과 버무러져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투명성은 일종의 신화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지나치게 많이 보고 소설을 너무 많이 읽으면서 주워들은 관념인 것이다. 이런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걸핏하면 “깜짝 놀라 입이 쩍 벌어지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계속해서 쉬츠볼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참가자들은 자기가 놀람을 느꼈고, 또 놀람은 특유의 얼굴 표정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런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추론했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런 추론은 오류였다.” 나는 이런 착오, 즉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과 완벽하게 들어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우리 친구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 중 하나는 그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특이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p202)

3.

저처럼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라는 이유로 책을 집어든 분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변죽만 울리는 자기계발서들이 서점을 채워가는 요즘입니다. <타인의 해석>은 우리를 둘러싼 타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학기를 맞아, 또 누군가는 이직을,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출발을 맞은 모든 분들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