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프롤로그는 세 가지 형용사로 시작한다. ‘비틀린, 열린, 소박한.’ 이 우아한 시작은 도시라는 테마에서 이 책이 종횡무진할 방향을 짐작케 한다. 이를 테면, ‘비틀린’으로 시작하는 책은 도시(city)를 정의하며 시작한다. 언어학과 종교학이 양념처럼 뿌려지며, 책은 신뢰를 더한다. 도시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언어학과 종교학과 사회학과 윤리학이라는 거대담론이 한 데 모여 이토록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빛을 내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도시라는 테마를 이용하여 개인과 개인이 이루는 사회를 설명하는 듯도 보인다. 결국 우리 대부분은 도시라는 형태 속에서 살아가야 할 개인이다. 즉, 도시의 이해는 개인의 이해로 이어지는 또 다른 가능성임을 왜 여태 몰랐을까. 나를 사랑하는 방법 따위는 서점 어디에나 널려있지만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금의 무기력은 그런 허무에 기인한다. <짓기와 거주하기>는 도시윤리학을 통해 개인의 공허를 메울 신선하고도 우아한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