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1.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된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입니다.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는 책들보다 오히려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페미니즘의 동력은 어쩌면 혀 끝에 있는 것보다 이처럼 행동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미셸 오바마의 이력을 볼까요. 우선 하버드대 로스쿨을 수료합니다. 후에 앤드 오스틴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근무를 시작하는데 이 때 인턴 사원으로 들어온 분이 버락 오바마. 그렇게 시작된 사내 연애가 이런 블록 버스터로 이어지게 된 것인데요. 주목할 만한 것은 퍼블릭 앨라이스같은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시카고 대학병원에서 부사장에 이른 이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선거운동을 위해 그 모든 직위들에서 사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정생활을 지키려고 큰 결심을 한 것일텐데, 혹자는 이것을 수동성이라 명명하고 질책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미셸의 이런 결정에서, 국내 페미니즘에서 결여된 어떤 핵심을 볼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그리고 그 결정은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라는 수식으로 이어지게 되고 역대 퍼스트레이디와는 판이하게 다른 면모들로 주목을 받았지요. 소탈한 생활양식은 물론이고 차 안에서 비욘세의 곡을 부르는 모습을 공개한다던지, 상당히 전복적인 면모를 통해 오히려 국가의 품격을 높인 인물이 되겠습니다.

 

 

 

2.

 

형식상으로는 일종의 자서전입니다. 그렇다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이야기의 힘'입니다. 저자는 본문에서 "우리 자신의 이야기는 우리가 각자 갖고 있는 자산, 언제까지나 갖고 있을 자산"이라고 얘기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힘이 있으니, 그 힘을 나누는 일을 역설하는 것이 이 책의 동력 전반을 차지해요. 자신의 목소리로 목소리 없는 이들을 드러내겠다는 다짐으로 출발한 책입니다. 예약 판매만으로 아마존 판매부수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니 실로 엄청난 파워라고 할 수 있겠네요.

 

 

 

3.

 

아버지를 잃은 후, 이대로 눌러앉아 인생을 보내도 좋은지 고민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아버지는 쉰다섯에 죽었다. 수잰은 스물여섯에 죽었다. 교훈은 간단했다. 인생은 짧고, 낭비할 시간은 없다. 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나를 그동안 쓴 소송 취지서나 그동안 변호한 기업 브랜드로 기억해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나 자신이 세상에 그보다 더 많은 걸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움직일 때였다.....

 

 

그러니까 행동으로 보여준 한 여성의 이야기, 실로 다양한 수식들로 남은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뒤에서 페미니즘을 전언처럼 내세우는 책들에 비해 어딘가 우회적으로 여성의 파워를 견실하게 보여주는 수려한 책이에요. 많은 이들의 지향이 될 책이고 표지나 구성이 굉장히 훌륭합니다. 많은 분들께 교양을 넘어서, 이야기 자체로도 권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