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의 가제본을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저자는 제니 로슨. 약간 이상한 사람이에요. 파워 블로거라고 본인을 홍보하고 있는데 사실 칼럼니스트이기도 해서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합니다. 단순하게 유쾌하기만 한 책이라기엔 저자가 극단적인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해요. 해학과 유머는 역시 어둠이라는 토양에서 커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 드릴 책의 유머는 종종 깊은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는 서두에 이 책이 정신 질환과 싸우는 이들을 돕긴 바란다고 목표를 정해두고 있어요 (p21).



'살짝' 미친다는 것이 얼마나 이로운 것인지, 경쾌한 문장들과 저자의 세계관으로 보여줍니다. 약간 도른 것 같은 생각을 종종 하곤 하는데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개들은 아무리 쓰레기 같은 쿠키를 줘도 대개 잘 먹으니까. 개들은 허락만 하면 기저귀도 먹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쿠키를 먹지 않겠다고 할 개는 없을 것이다. 그때 약사가 계산대로 돌아왔고, 내 처방전을 처리하면서 손을 뻗어 개 비스킷을 한 움큼 집었다.....-p33"




대체 이런 괴상한 얘기를...하는 책이에요. 그런데 그 와중에 뭐라 말하기 힘든 해학 역시 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19금이나 사회적 금기같은 소재를 아랑곳하지 않고 폭발적으로 다뤄대는데 멀미가 날 지경이에요. 매달 2백만 명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던 블로거라고 하니, 그 동력이 얼마나 강력하겠습니까.



사실 에세이는 함부로 추천하기가 쉽지 않아요. 자칫하면 굉장히 경박해보일 수 있거든요.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는 저자가 본인을 우선 살짝 미친 상태를 디폴트로 상정해두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책의 흐름이 편안합니다. 스스로가 비정상으로 여겨질 때, 스스로를 어딘가 바꿔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는 분들께 자신있게 권하고 싶어요. 살짝 미치면 어때요. 그럼 본문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칩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도움이 안 되는 우울증 치료제는 “그냥 힘내”라고 말하는 거예요. 방금 다리를 절단한 사람에게 “그냥 걸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에게 정신병이란 ‘월요병’보다 심각한 화학적 불균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의를 품은 사람들이 ‘그저 웃으며 힘을 내야’ 회복할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느냐고 말해요. 그럴 때면 저는 그들의 팔을 베어버리고, 빨리 병원에 가서 팔을 붙여야 하는데 왜 팔을 줍지 못하느냐고 비난해볼까 생각합니다. “그냥 두 팔을 주워 병원에 가서 고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나는 만날 두 팔로 물건을 줍는걸. 우리 모두 그러잖아. 아니, 난 널 도와주지 않을 거야. 너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널 돕겠다고 늘 네 옆에 있어주지는 않을 거야. 노력하면 할 수 있어. 솔직히 넌 팔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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