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역사 - 희망과 절망, 쾌락과 은총, 낭만과 비극으로 아로새긴 역사의 이중주, 인류의 상상력과 욕망을 지배한 아주 특별한 기록
대린 맥마흔 지음, 윤인숙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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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이라는 관념에 사족을 덧붙여 무엇하겠습니까. 아마 가장 거창한 두 주제가 '행복''역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그 주제와 정면에서 겨루는 대린 맥마흔의 <행복의 역사>입니다. 저자가 낯설어요. 현재 역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고 하고요.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역사와 관련한 기사를 기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자의 이력에서 이 책의 방향이 슬쩍 비치기도 하는군요. 그러니까 '행복'이라는 관념을 철학적으로 해부한다기보다, 역사학이라는 필터를 기반으로 행복을 추출해보는 책입니다.

 

2.

 

책의 서문은 헤겔의 아포리즘으로 시작합니다. "역사 속에서 행복한 기간이란 결국 백지로 남은 빈 면들일 뿐이다." 그러니까 거창하게 기록으로 남은 역사로부터가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은 순간에서 우리는 행복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인데요. 서문에서만 칸트, 윌리엄 제임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심지어는 대중가요에서도 경구들을 넉넉하게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용들은 '행복'이라는 관념을 다방면에서 설득력있게 조명해 주어요. 저자가 자신하다시피, '신화적인 존재이며 멸종 위기라 할 만한 일반독자들'을 고려하여 쓰여진 책이기에 가독성에 대해서는 굳이 첨언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역사학자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서사들이 가득한 책이에요.

 

 

3.

 

책은 이처럼 역사는 물론, 철학과 심리학, 심지어 유전학까지 넘나들며 '행복'에 관한 경구와 사례들을 유려하게 실어 나릅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인용구와, 많은 출처에 의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노력이 특별한 책이에요. 니체나 쇼펜하우어부터 칼뱅과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의 '행복'에 관한 사유를 필터링 해 집어왔다는 데에서 상당히 특별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테면....

 

"....행복의 역사에서 쇼펜하우어는 전례가 없는 철학자였다. 한마디로, 그는 서양 철학에서 가장 위대한 비관주의자였다. 학자들은 이러한 황량함을 설명하기 위해 종종 심리학적인 분석을 시도했으며, 또 쇼펜하우어가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보였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중략...그는 이 세상은 모든 것을 충족하는 선한 존재의 작품일 리 없고, 오히려 피조물들의 고통과 괴로움의 정경을 음미하기 위해 귿르을 불로 모은 악의 작품일 뿐, 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에 굳혔다...." -p403

 

 

 

 

4.

 

인류의 목적, 혹은 인간의 본질, 이러한 담론 들에서 가장 손꼽히는 키워드가 '행복'이 아닐까 해요. 그런 면에서 행복에 관한 사유가 이처럼 귀하다는 데서 이 책의 함의가 깊습니다. 책은 어떤 면에선 두껍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 주제를 생각해 볼 때 오히려 굉장한 요약본이다,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기도 하고요. 실제로 가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잘 쓰여진 책이므로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행복에 관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간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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