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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섹스 ㅣ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5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1.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인생학교'의 새 시리즈입니다. 저자는 'The School of Life'. 인생학교 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까요. 알랭 드 보통이 전두지휘를 맡고 있어서 더욱 유명하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취지는 이렇습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기 이해,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어요. 그 깨달음에서 출발한 인생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하자는 겁니다. 일종의 근육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지요.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적 관점으로 여러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2.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우리가 몰랐던 섹스>. 우리가 하루종일 생각하지만, 한번도 깊게는 생각하지 않는 그 행위의 의미를 탐구하게 됩니다. 섹스를 두고선 유독 편견과 오해가 가득하지요. 그 단어를 담는 것조차 금기시했던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번엔 반대급부로 섹스를 게임처럼 무작정 즐기는 무엇으로 간주하는 시선들도 생겨났지요. 그리고 다시금 과거로의 복귀. 섹스는 여전히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욕망은 직설적으로 내뱉을 때 시종 천박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섹스에 관해 진지한 고찰을 이 책은 담고 있어요. 사색해야만 할 주제일 겁니다.
3.
영국 소설가 킹슬리 에이미스는 성욕이 왕성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두고 말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50년 동안 어리석은 바보에게 끌려 다닌 것 같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랑이라는 개념에 몹시 마음을 쓴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친밀하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려 하고,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어 하며, 그들의 관심사에 신경 쓴다. 하지만 우리의 성적 욕망은 때때로 그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저 즉각적이고 가혹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다양한 방식으로 최대한의 쾌락만을 원한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정중하고 배려심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하지만, 애인을 침대에 묶어놓고 때리면서 성적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평소 품위를 지키는 데 신경 쓰고 타인이 나의 개인적 공간을 침범하면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섹스를 할 때는 상대가 내 성기를 거칠게 탐험해 주기를 강렬히 바란다. 주방 조리대에 오물이 조금만 묻어도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야단스럽게 굴지만, 은밀한 침실에서는 더럽히는 것과 더럽혀지는 것을 기꺼이 용납한다....
어딘가 알랭 드 보통의 필치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인용해오는 부분이 어딘가 강렬하고 미소를 자아내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거든요. 다소 현학적으로 보이는 수사들도 곰곰히 곱씹으면 상당히 깊은 맛을 내는 얘기들이 가득해요. 심지어 섹스라는 주제로. 인생학교 시리즈는 정말 많은 분들이 애독하는 연재물이니까요. 특히, 섹스에 관해서라면 종 특이적으로 피할 수 없는 주제이므로 열렬히 권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