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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빅뱅부터 2030년까지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만나는 인류의 역사
김민주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평점 :
1.
김영사에서 출간된 주목할 만한 신간입니다.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입니다. '세계사'와 '트렌드'라니요. '세계사'라고 한다면 어딘가 고정되고 고착된 느낌인 반면, '트렌드'라고 하면 유동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인데요. 이 두 단어가 양랍하면서 자아내는 효과가 기묘한 책입니다. 그렇다면 김민주는 누구인가.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컨설팅 회사의 대표입니다. 이렇게 요약하기에는 사이즈가 큰 회사이긴 해요. 그러니까 대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강의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트렌드와, 그 트렌드를 이루는 근간인 역사와 문화 등에 굉장히 맑은 감각을 갖고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겠지요. 특별히 저자의 경우 현재 숙명여대의 객원교수로 재직 중에 있기도 하고 여러 부처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
그러니까 세계사라고 하면 대부분이 고착화된 단순지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저자의 경우 세계사를 열쇠같은 것으로 바라봅니다.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르는 어떤 문을 연결하는 장치라고 할까요. 그리고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느껴지지만, 이러한 세계사의 흐름을 어디까지나 '재미있게' 바라보자는 동기로 쓰여졌기 때문에 재미가 있습니다. 세계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가독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정보들이 굉장히 잘 구획화 되어 있어요. 사실 세계사를 이처럼 저자의 주관에 따라 구획화하는 것은 자칫 편향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의 주 타겟층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저자의 주관은 편리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자의 시선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생각할 독자가 어딨겠습니까. 게다가 저자가 마련해 둔 칸막이는 시종 탁월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예컨대, 세계사의 시작을 '빅뱅'부터 바라보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주사, 지구사, 선사, 역사, 세계사라는 역사의 갈래들을 한 곳에 통합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이 책의 시작은 138억년 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바로 빅뱅이죠.
3.
다른 세계사 저술들과의 차이들을 조금 더 소개할까요. 앞에서 이 책은 세계사뿐만 아니라 우주사를 비롯한 많은 역사의 갈래들을 통합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습니다.
두번째로, 이 책은 구성이 질문의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비도 잘 안 오는데 나일강은 왜 오히려 범람할까?〉, 〈교황의 나라 바티칸은 어떻게 도시국가가 되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연대기 별로 나누어 2030년이라는 미래의 한 점으로 수렴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어떤 답변을 마련해놓는가보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가 중요할 것인데요. 이 책의 경우 그 질문들이 모여서 창발하는 함의가 굉장히 크달까요.
세번째,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그래픽적인 요소입니다. 일단 책 자체가 굉장히 정갈하고 예쁩니다. 게다가 컬러로 된 그래픽 자료들을 상당히 많이 함유하고 있어요. 활자의 순도를 높이는 것만이 좋은 책이라는 고루한 생각에 정면으로 맞서는 책입니다. 정말 필요한 자료들을 열심히 담고 있는 함량 높은 책이에요.
4.
"바티칸시국의 현재 경계는 1929년 무솔리니 치하에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부와 바티칸시국이 라테란조약을 체결하며 정해졌다. 1870년부터 1929년까지만 해도 교황은 공식 직할령도 전혀 없이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 갇혀 살았다. 이른바 바티칸 포로 시기였는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교황은 이탈리아 중부에 걸쳐 직할지인 교황령을 상당히 넓게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교황령의 면적은 주위의 역학관계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했다...."
이처럼, 좋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면 상당히 심도 높은 내용들을 담고 있기도 한 책입니다. 세계사 일반을 들여다보기에 용이한 책이에요. 당연히 두께가 꽤 되는 책이지만 오히려 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세계사를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 중에 특히 2030년이라는 미래와 연관된 탁월한 책이므로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