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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플랑크 평전 - 근대인의 세상을 종식시키고 양자도약의 시대를 연 천재 물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미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1.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막스 플랑크 평전>입니다. 저자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과학사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수입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횡행하며 책들을 펴냈는데 모조리 베스트셀러에 올랐죠. 그만큼 문장들이 시원하고 유려합니다. 특별히 생생한 묘사로 공인을 받는 저자가 이번엔 막스 플랑크를 얘기하게 되다니, 늦게나마 빛을 보는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사실 전공자가 아닌 이상 '막스 플랑크'라고 하면 그게 누구....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이쪽에서 막스 플랑크로 말할 것 같으면 가장 똑똑했던 물리학자랄까요. 물론 아인슈타인을 제외하고요. 뉴턴이 버럭하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정도로 막스 플랑크의 위업은 찬란합니다. 양자역학과 이론물리학의 창시자로, 뉴턴의 세계를 뒤집고 20세기로 가는 혁명적 전환점을 만든 사람이 바로 막스 플랑크거든요.
2.
그러니까 과학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17세기 과학혁명,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대표되는 시기와 이후 현대물리학의 시대. 오늘 소개드릴 책의 주인공은탁월한 물리학적 통찰과 학자적 소명으로 고전적 뉴턴주의를 넘어 혁명적 양자 시대를 열어 젖힌 학자입니다. 갖은 불행과 좌절을 딛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을 이룬 물리학자의 삶을, 앞서 소개드린 저자가 탁월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특히, 왜 막스 플랑크냐. 막스 플랑크는 우선 굉장히 불우한 삶을 살았습니다. 전기로써는 손색이 없는 배경을 갖고 있었죠. 당연히, 과학자로서는 극단적으로 명예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고전 물리학의 객관적 확정성에서 현대 물리학의 창조적 불확정성으로, 인과적 계몽주의에서 자유로운 낭만주의로, 가장 숨 가쁜 과학 혁명의 시대를 이끌어 갈 과정들을 담아내고 있어요.
3.
“검은 양복을 입은 작은 남자는 세계를 바꾸려는 나치의 노력에 흔들리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미중 계몽 및 선전 관리국은 플랑크가 최근까지도 유대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변호했다는 이유를 들어, 프랑크푸르트 시가 플랑크에게 수여하려고 한 괴테상 시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간섭 때문에 플랑크는 전쟁이 끝난 뒤인 1945년 8월 28일에야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p343“
책은 이처럼 전기적인 사실 외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곳곳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막스 플랑크의 삶만 담아내도 충분히 걸작이 될 터인데, 저자의 탁월한 문장들과 사관이 덧대어져 정말 멋진 작품이 나와주었어요. 이번에 두 편의 평전을 연이어 읽게 되었는데 웬만한 소설책보다 한 위인의 삶이 시종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즐거웠어요. 아인슈타인 말고는 도무지 과학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1순위로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고요. 평전에 형식에 얽매일 필요없이,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도 탐독할 수 있는 걸출한 작품입니다. 굉장히 재미있으실 거예요.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