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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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에 소개드릴 책은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입니다. <평행우주>로 상당히 유명한 작가이기도 한데요. 제 경우 아직 전작들을 읽어보진 못했고 오늘 읽어본 작품이 공교롭게 처음 읽게 된 작품입니다. 저자의 경우 우선 이론물리학자이기 때문에 처음 책의 주제를 들여다보고는 조금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에요. 사실 이 책의 상당수가 진화심리학이랄지, 뇌과학이나 인체생리학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론물리학과는 괴리가 작지는 않을 테니까요. 역시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하긴 저자의 경우, 이미 고등학교 때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추적실험을 해낸 범인이니 이 정도 괴리쯤이야...










2.


 자연스럽게 저자소개를 드렸는데요. 그 유명한 끈 이론과 평행우주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음의 미래>의 경우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궤도를 탄 작품인데요. 그러니까 이 책은 빅뱅이나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1848년 미국의 버몬트 주에서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유명한 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에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게이지는 공사작업 중에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1m짜리 쇠막대가 얼굴에 박히게 된 인물입니다. 이 사건이 뇌과학의 시작이라는 설이 유력하지요. 게이지는 그후로 10여년을 쇠막대가 박힌 채로 살게 되는데 이 쇠막대는 게이지의 뇌를 뚫었고 그 파편들이 튀었다는 잔인한 이야기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 이 과정에서 게이지는 의식이 멀쩡했다고 대니얼 길버트는 서술하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의식을 한동안 잃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이지가 이 이후로 성격이 이상해졌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골자인데, 사실 어느 인간이라고 얼굴에 1m짜리 막대에 꿰뚫린 채 살게 된다면 성격이 이전같을 수가 있겠습니까....어쨌든, 게이지가 잃은 뇌는 공교롭게 현생인류에 이르러 발달하기 시작한 전두엽이었고 이 부분에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들과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들을 차례로 소개해나가게 됩니다. 






3.


  그렇습니다. 게이지의 사례로 시작해 책은 우선 초반부에 뇌의 지도를 그려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같은 언어중추를 비롯해 상당히 전문적인 부분까지 한껏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 즈음에서 뇌과학과 저자의 접점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PET와 MRI 스캐너입니다. 그러고보니 뇌과학은 물리학에 상당한 빚을 졌다고 볼 수밖에요.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많은 걸음을 물리학에 의존해야 할 것 같긴 해요. 이런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사실 신경과학이란 것이 그 태동부터 이미 물리학의 소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책은 방금 말씀드린 부분들로 시작하는 1부를 포함해 총 3부로 구성됩니다. 그러니까 1부에서 뇌와 의식에 대해 얘기하게 되고 2부에서는 육체가 그것들에 의해 동작하는 방식, (그리고 특별히 2부의 6장에서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얘기하고 있는데 여기서 '천재성은 학습될 수 있는가?'같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들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3부에서는 변형된 의식이라는 주제 안에서 꿈과 인공정신, 로봇과 외계인의 마음에 대해서 얼마간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며 이야기가 끝나게 됩니다.




4.


"인간의 의식이 평행우주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전에, 우선 블랙홀이 물질에 미치는 영향부터 알아보자. 만일 당신이 블랙홀 가까이 접근한다면, 몸 전체가 스파게티 국수처럼 길게 늘어날 것이다....-본문 p457"




이 책의 경우, 물리학과 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상당히 깊은 이론까지 거리낌없이 파고드는 책이기 때문에 우선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소개드린 문장들처럼 시종 독자를 미소짓게 만드는 서술들이 곳곳에 돋보이기도 하는데요. 제 경우 물리학의 경우 일반물리학 수준에 대한 이해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사려깊은 설명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마음을 종종 뺐기게 되더군요. 게다가 외계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든다던가, 개미나 꿀벌의 번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면서 애초에 주제적인 부분에서 흥미를 돋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재밌다면 상당히 재밌는 책입니다. 역시 단순한 자기계발서 식의 마음훈련이 아니라....정량적이고 이론적인 우리 마음의 이해를 도울 책으로 소개드리고 싶어요. 저자가 뇌과학자가 아니라 오히려 더 넓은 범위에서부터 참호를 파 내기 시작한 점이 이 책의 특이점이자 강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른 뇌과학서적처럼 지루하고 좁고 깊은 굴만 파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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