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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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김영사의 신간 <스케일>입니다. 저자는 '제프리 웨스트'라는 이론물리학자예요. 이론물리학이라고 하면 학제의 특성상, 연구결과들이 정량화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벨상이나 공로로 인한 수상이 힘들어요. 일례로, 최근에 별세한 스티븐 호킹의 경우도 결국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었죠. 그런 부분에서 저자의 이력을 수상실적으로 열거하는 것보다는, 서둘러 페이지를 펼쳐보겠습니다.

 

 

 

2.

 

책은 서문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뚜렷하게 짚게 됩니다. 그러니까 함께 첨부한 그래프 자료는 햄스터에서 고래와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체들의 심장박동수를 그린 것입니다. 기울기없이 쭉 뻗은 직선이 보이시나요. 그러니까, 평생 뛰는 심장박동수는 사람이나 개나 당나귀가 모두 같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주석을 포함하면 660여페이지에 이르는데 앞으로 이런 놀라운 자료들을 넉넉하게 제공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그 자료들로 대체 이 책은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는 목표를 간직한 채 출발합니다. 바로 책의 부제목에 쓰여있듯 생물, 도시, 기업의 성장, 생명의 죽음에 관한 보편법칙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3.

 

책의 차례를 볼까요. 페이지와 어울리지 않게 책의 구성은 굉장히 깔끔합니다. 단순하게 10개의 챕터로 구성돼요. 각 챕터는 작게는 6개에서 많게는 12개 정도의 장으로 구성되고 있어요. 굳이 챕터를 소개할 필요없이 이 책은 그러니까 전 페이지를 할애해서 세상에 있는 모든 현상들과 그것들을 하나로 설명하려는 원칙을 찾으려 시도합니다. 예컨대, 3장에서는 프랙털같은 쉽게 예상이 가는 사례부터 시작해서 대사율과 자연선택, 혹은 팽창하는 우주, 산업도시와 기업에 이르기까지, 때론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제들을 넘나들며 보편법칙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오로지 정량화된 자료들과 객관적인 연구결과들을 인용해오고 있어서 더욱 놀랍기도 해요.

 

 

 

 

인류는 두 다리로 걷고, 키가 150-180 센티미터에 이르고, 100세까지 살며, 심장은 1분에 약 60번 뛰고, 간세포 하나에 약 500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 모든 특징이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여기에 어떤 질서가, 혹은 숨은 패턴이 있을까? 사실, 그런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스케일링으로 돌아가자.....”

 

 

 

 

 

4.

 

책은 이처럼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너무도 놀라워서 의심스럽기만 한 내용들을 당당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시종 팽팽하게 독자와 줄다리기를 하며 독자의 갈증을 유발해놓고는 적확한 자료와 그래프로 그것들을 해소해주는 식이에요. 제 경우, 생명과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모든 자료들을 한 데 묶어내는 통찰에 꽤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이야기가 생명과학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렇습니다. 책은 5번째 챕터, '인류세에서 도시세로'로 접어들면서 이제 엔트로피와 생명에 관한 얘기를 도시와 사회, 기업으로 확장합니다. 앞에 생태계를 설명하는 논리와 같은 논리로 기업과 사회를 설명하게 되는데 이처럼 책의 중반부에 접어들면 저자가 주장하는 어떤 보편성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게 되지요.

 

 

 

 

5.

 

 

예컨대, 7장에서는 x축에 인구 수를 두고 y축에는 도시의 순위나 크기를 설정합니다. 그것들의 비례관계를 적확한 자료로 제시하며 이것들을 설명할 보편법칙을 도출해내는 것인데요. 사실 저자가 에필로그에 밝히고 있다시피, 이러한 이야기들은 그 방대한 넓이를 가지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많은 예외와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것은 미래의 과학이 짊어진 짐일 테지요. 그럼에도 이 책이 설명하는 어떤 보편법칙이 가지는 타당성과 호소력으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데이터의 시대가 될 것이고 (이미 빅 데이터의 시대입니다만..) 우리는 그 데이터와 기록들을 바탕으로 많은 것들을 예측하고, 수행해 나갈 테지요. 그런 부분에서 저자가 애초부터 실패할 수 없는 이 이론을 기꺼이 소개하는 이유는 그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실패함으로써 성공하는 것이지요.

 

 

 

 

 

6.

이 보편 이론의 기본 구성 단위는 뉴턴이론이 전제로 삼고 있는 기본 점 입자가 아니라 진동하는 작은 끈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전망에는 '끈 이론'이라는 부제목이 붙었다....”

 

 

 

 

그러니까 물리학을 예로 들자면, 이제 뉴턴의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현상들이 있잖아요. 이제 고정된 하나의 점, 입자, 개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확률로서 존재하는 어떤 '상태'를 설명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밖에 핀 코스모스 꽃밭을달리는 차창에서 보면 기다란 분홍빛 띠로 보일 테지요. 이처럼 점이 아니라 끈 (string) 같은 것이 기본 단위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비단 물리학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제가 한계를 만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학제 간의 융합이 요구되고 있지요. 그런 부분에서 이러한 일종의 끈 이론, 양자의 세계들이 많은 학제들에 스며들고 그것들은 결국 하나의 보편 법칙 안에 작동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시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귀한 경험을 선사해 줄 멋진 책으로 많은 분들께 강력히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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