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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사토 겐타로의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입니다. 접하기 어려운 소재인데요. 저자는 우선 유기합성화학을 전공했고, 제약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이미 <의약품 크라이시스>라는 전작으로 저널리스트 상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 면에서 약과 독에 대한 일종의 교양서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저자라고 하겠습니다.
2.
제 경우도 관련전공을 수료했기 때문에 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테마이기도 해요. 다만 제가 흥미가 있을 뿐, 흥미를 주는 소재들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누가 카나바닌이랄지, 퀴닌이랄지, 그런 분자들과 그 구조를 궁금해하겠어요. 그런데 저자는 이것들을 가정법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만약 마젤란이 비타민C를 알았다면? 만약 양귀비에서 생산되는 알칼로이드 분자가 탄소 하나가 없다면?
3.
책은 이러한 화두를 흥미롭게 던지고, 그것에 대해 유려하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숭이와 곤충도 약을 쓴다는 학술적인 사실을 서프라이즈처럼 풀어낸다던지, 슈베르트같은 작곡가가 수은을 약으로 알고 중독이 될 지경이 된 사례랄지, 그런 것들을 충실하게 수집하고 소개하고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적확한 통계와 학술자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지점에서는 밀도 높은 문장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10가지 약이라는 구심력을 일종의 장력으로 이용해 책을 시종 흥미롭고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즉, 비타민C, 모르핀,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등의 10가지 약을 큰 주제로, 그리고 각 주제별로 몇가지 장을 덧붙여 세계싸의 몇몇 가지들을 골라잡아 서술하고 있는 수려한 저작입니다. 비단 약이나 유기화학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양입문서로 많은 분들께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