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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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문득 깨닫곤 합니다. 이 저자의 책은 앞으로 믿고 읽을 수 있겠구나. 오늘 소개드릴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의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가 제게 그랬습니다. 저자의 첫번째 작품이기도 한데요. 성공이나 성취의 이면에 있는 우연과의 상관관계를 다룬 탁월한 책입니다.


2.

  좋은 책은 역시 프롤로그부터 다른 것 같아요. 저자는 양자물리학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인데 글이 너무 좋습니다. 사례와 비유들이 책 곳곳에 풍성한데요. 역시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구성에 있어서도 탁월한 부분이 있는데 가장 궁금한 부분을 서두에 배치하고 있는 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1장의 화두는 이렇습니다. "성공은 다 운이다?"


3.

  저자는 그러니까 상당한 설득력을 갖추고 이 질문에 대해, "그런 편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와중의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원천인 오비탈 확률 이론이랄지, 통계학의 대표적인 오류등을 유쾌하게 횡단하며 많은 것들을 성찰하고 있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따분한 과학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저는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은 위로를 받은 책이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우리의 성공은 (혹은 우리의 실패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라고 얘기해주는 최초의 책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책을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다닐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줍잖은 위로보다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사료를 바탕으로 우리들의 실패를 보다듬어주는 책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호쾌한 문장들과 이력으로부터 비롯되는 저자의 밀도 높은 통찰이 특히 강점인 책이에요. 유일한 단점은 표지가 예쁘지 않다, 정도랄까

  더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하는 자기계발서에서 위로를 얻을 수 없는 고매한 영혼을 가진 독자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아주 깊은 곳에 자리잡은 패배감을 따뜻하게 위무해 줄 책임에 분명하고 동시에 상당히 재밌는 문투로 과학일반을 설명하는 교양서로서도 훌륭합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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