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1. 

  오늘은 특히 멋진 책을 소개합니다. 사이먼 가필드의 <투 더 레터>인데요.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를 비롯해서 <지도 위의 인문학> 등으로 국내에서는 이미 본인만의 자리를 확보한 작가입니다. 얼마간의 부스러기를 뺀 빌 브라이슨의 느낌이 있기도 하고요. 아마 저널리스트 특유의 필체나 형식 때문일 것 같은데 저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을 상당히 편애하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출발해서 점차 현상을 규명하는 원리나 역사들로 확장해나가는 식이지요. 어느 정도의 필력이 뒷받침 되어 주지 않으면 난잡한 글이 되기 쉬운데 사이먼 가필드는 그게 시간이 되었건, 이처럼 편지가 되었건, 상당히 훌륭하게 이야기를 확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2.

  그러니까, 편지에 관한 책입니다. 그렇다고 편지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인류사의 중요한 편지를 다루는 그저 그런 연대기적인 역사책은 아니고요. 저자가 중요하다고 싶은 (실제로 중요하게 느껴지는) 편지들을 하나 집어내어 거기서 여러 사유들을 펼쳐나가는 식입니다. 애초에 서문은 편지에 관한 내용이 아니에요. 사이먼 가필드 본인이 경매에 들어가서 어느 마술사의 편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서사가 곳곳에 탄탄히 준비돼 있어요.


3.


  물론, 결국은 편지에 관한 예찬과 헌사가 담긴 책이므로. 어느 정도 연대기적으로 편지들을 사례화해서 소개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컨대, 편지의 원년이랄지, 자기계발서의 기원이 된 편지랄지, 혹은 편지를 통해 개인성과 자아를 드러낸 사례랄지… 그러다보니 키케로를 비롯해 오스카 와일드 등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요. 상당히 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이 곳곳에서 입체감을 살려내고 있어서 그들의 사생활을 아주 깊숙하게 침투해가는 묘한 현장감이 있는 책입니다. 지적인 갈증을 상당히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장르의 책이고, 이런 경우 저자의 통찰력이 특히 중요한 부분인데 사이먼 가필드라면 이미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사장되어가는 많은 아날로그 문화들을, 편지라는 화두로 시작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멋진 헌사예요.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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