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의 역사 - 인간이 묻고 신이 답하다
리처드 할러웨이 지음, 이용주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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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라이프 오브 파이'가 재개봉을 했었죠. 이야기를 듣고 나면 신을 믿게 될 것이라며 배짱 좋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오늘 소개드릴 책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이 있는지도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쩌면 여러분의 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릅니다. 
  독자가 누가 됐든, 그러니까 신을 믿는 신도들부터 시작해서, 리처드 도킨스를 필두로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제 경우는 과거엔 기독교도였으나 개인적인 이유로 종교는 가지지 않게 되었어요. 오히려 종교에 관한 글이나 강요에 조금 지쳐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세계종교의 역사>는 신앙이나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습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 극에 대한 이야기는 담백하게 배제하고 있어요. (그 점 역시 '라이프 오브 파이'와 비슷한 종류의 탁월함이군요. ) 그런 부분에서 종교에 대한 어떠한 편견이나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책입니다.


2.

  사실 조금 불안했던 게 저자인 '리처드 할러웨이'가 현역 주교라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알고보니 이미 상당히 많은, 다수의 건강한 논의를 펼쳐나가는 저자더군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종교를 가진 사람이 쓴 책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정확히 같은 이유로, 천부적으로 노련한 주교라고 느껴지기도 해요.) 본인이 오히려 신랄하게 교회를 비난하기도 하고, 오로지 건설적인 측면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부분이 있어요. 역자인 이용주씨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서 에필로그를 마치고 있는데 확실히 수긍이 가는 것입니다. 역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종교학의 입문서로도 훌륭하고, 단순히 역사적인 교양서로서의 가치도 상당합니다.



3.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제목에 대한 오해가 조금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모든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불교랄지, 이슬람이랄지, 다른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발원적인 부분에서 얕게 정리하는데 그치고 있어요. 실은 그게 더 자연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만…가톨릭 외의 종교의 경우, '종교'라는 현상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글이 전개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분배는 적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슬람교와 불교와 힌두교를 같은 비율로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과잉이겠죠.) 그리고 소재나 두께의 비해 책은 가독성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건 저자의 조어력이나 문장력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친절해야 할 부분은 상당히 사려깊게 (문장력을 과시하지않으면서) 설명하고 있고, 건너뛰어야 할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기도 합니다. 그리고 특히 흥미롭고 대단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종교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부분, 그러니까 저자로서는 너무나 피하고 싶을 부분을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는 대목입니다. 마지막 3장에 걸친 내용이 그것인데요. 아무래도 저자는 근본주의라는 개념으로 반성과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멋지게 성공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서를 읽는 방법이랄지, 성서를 이해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저자는 확실히 교단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종교를 훼손하거나 폄훼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당히 우아하게 논지를 펼쳐나갑니다. 그 장력을 마지막까지 탄탄하게 유지하는 점이 시종 흥미로워요.



4.

  종교를 저버린 저로써는 오히려 상당히 위로가 되는 책이었어요. 그러니까 제 경우, 성서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과 불합리를 느껴왔던 터였어요. 저자는 그런 부분에서 해답을 내놓는다기보다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해줍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의 내공이 상당하단 느낌을 받았고 확실히 제가 가져야 할 스탠스에 있어서 방향을 적확하게 잡아준 책이었어요. 이 책은 첫째, 종교라는 테마로 역사를 들여다보는 교양서로써, 둘째로는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종교인을 대하는 편견과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는 종교에 회의를 느끼고 방황하는 사람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덮으면 신을 믿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분명히 생각의 지침이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갈지도 모르겠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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