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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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나무에게서 배우는 삶, 랩걸 - 호프 자런


 

​과학에서는 애초에 고대 서적에 쓰여 있던 내용을 다시 쓴 책들을 분석하기 위해

쓰여진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과학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래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나를 가르친 모든 선생님들이 귀찮아 하고 골칫거리라고 생각했던 나의 특징들

(무엇이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모든 것을 지나치게 하는 성향)은 과학 교수들이 원하는 바로 그 특성이었다.

과학 교수들은 내가 여자아이였음에도 나를 받아들였고, 내가 이미 의심하던 사실들을 재차 확인해줬다.

바로 내 진정한 잠재력은 내 과거나 현재의 상황보다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내 의욕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랩걸 중 33p.

1969년 미네소타 오스틴에서 과학 교수의 딸로 태어난 호프 자런.

아직 50세도 되지 않은 그녀는 풀프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한 여성 과학자로​

2005년 젊고 뛰어난 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받았고,

2016년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ab Girl. Laboratory : 실험실

무엇이 그녀를 전세계인이 인정하는 과학자로 만들었을까?


우리는 과학자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하얀가운?

편하게 냉난방 시설이 잘 된 실험실에서 그냥봐도 값비싸 보이는, 일반일들은 평생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실험 도구들을 가지고 편하게 연구하고, 실험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처음 표지를 접하고, 책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나는 단순히, 가볍게 나무에 대해 배워볼 수 있고,

나무를 사랑한 평온한 과학자와 연구 이야기를 접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랩걸>에는 우리 모두 누구나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 <삶>이 담겨 있었다.

내 꿈을 찾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소녀,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한 사람이 담겨 있었다.


과학자가 쓴 책.. 과학적이고, 조금은 딱딱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는 꼭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이 빠져들었지만

소설보다 더 큰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녀가 담아낸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지 않을까...

랩걸은 과학자가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섬세하고,

나무의 과학적 이야기에서 그녀의 이야기로, 그녀의 이야기에서 나무의 이야기로

그 전환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과학적 어려운 이야기가 나와도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고,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보다도 더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여성차별이 있던 시대에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들어가긴 했지만 문학을 전공해야했고,

과학이야말로 진정 자신이 바라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낯설고, 어려운 길임을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 단지 살기위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기위해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었던 시간!


나무도 씨앗으로 수없이 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어디에 어떻게 뿌리를 내릴 것인지 신중하다했다.

첫 뿌리가 두려움과 위험을 감수하고, 어딘가에 닻을 내리며 떡잎을 한 곳에 고정시키는 순간부터

덜 추운 곳으로, 덜 건조한 곳으로, 덜 위험한 곳으로 옮길 희망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직면해 맞서고, 견뎌내고, 이겨내기 위해 그대로 몸을 던져 뛰어든다.

호프 자런도 딱 그랬다. 그녀의 꿈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그 길을 위해 뒤돌아 보지 않고,

끝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맞서고, 이겨냈다.


나무는 유일한 에너지원 태양, 그리고 공기와 땅에서 필요한 것을

조금씩 조금씩 얻어 몇 달 안에 이파리를 만들고, 성장해야 한다.


학계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도 과학자가 되었다고, 교수가 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3년마다 자신의 연구를 보여줄만한 업적을 만들어 내야 계약을 따낼 수 있고,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연구는 끝나고,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과학자는 참으로 치열하게 사는 직업이었다.

그 치열함 속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차별도 이겨내고,

보수적 성향 속에서 사고의 전환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륜있는 과학자들을 설득하고,

경비가 부족해 몇 날 며칠을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도

생존을 위해 갖은 위험으로 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나무처럼 호프 자런도 끊임없이 싸우고, 이겨냈다.


옥수수는 조직 1그램을 만드는데 물 1리터를 사용한다. 옥수수는 공기를 당으로 만들고, 당을 이파리로 만드는

생화학적 장치를 식히기 위해 물을 땀처럼 배출한다. 날씨가 더워 땀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따라

자신의 생화학적 장치를 식히기 위해 땀을 흘리는 옥수수!

온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은?? 그녀는??

그녀는 멈추지 않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새로운 일과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를 여자라고 무시하고, 힘든 상황만을 안겨주는 사회를 그녀는 미워하지 않았고,

그녀는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렇기에 한 없이 나약했던 소녀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고,

그 결과로 많은 것들을 얻었고, 그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나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삶을 이겨내는 방식을 배운 것을

이제는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있다. 잊고 있었던 내 삶을 일깨우려는 듯...

우린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고, 자기가 갖은 소중한 것들을 잊지 말라는 듯...



끝까지 읽고 나서야 그녀는 그녀의 동료이자 친구이고, 가족인 빌을 위해

그에 대한 진심으로 책을 썼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곧 그에 대한 진심이기에 마음 깊이까지 와 닿는 힘이 있구나 싶은...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고,

무엇보다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내 위치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던 시간!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 생각되는 모든 이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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