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카이에 소바주 2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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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화에 대한 책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그리스, 로마 쪽이 아닌, 동북아시아 지역의 신화 이야기다. 작가 신이치는 그중에서도 주로 곰과 관련된 신화와 그것의 변주된 형태로의 신화를 소개하면서 현재의 사회가 왜 야만인지를 풀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대칭성이다. 과거 신화의 시대에는 자연과 인간은 대칭적 관계 속에서 있었으나 칼의 발견으로 이러한 대칭성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권력을 지닌 왕이 등장할 수 있었고, 국가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신이치가 말하는 대칭성은 루카치의 총체성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총체성이나 대칭적 사고는 모두 신화의 시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의 시대에는 인간과 자연은 하나였다. 모든 자연은 살아있고, 감정을 느끼고,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다. 그중 곰은 북방계에서 가장 힘이 센 동물로 인간과 같은 먹이(산딸기나 연어등)를 두고 대칭을 이루고 있다. 곰 신화는 환태평양 지대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단군신화도 지금까지와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중 독특한 것은 권력의 획득(또는 대칭적 사고의 파괴)이 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검은 결국 무기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서의 검은 아마도 과학기술이 될 것이다. 과학의 발달이 신화 시대의 종말을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지적으로 보인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대칭성의 회복에 대한 문제이다. 작가는 몇몇 군데에서 살짝 자신의 생각은 흘려 놓는다. 그에 주장을 확대해본다면 뛰어난 시인들은 대칭성을 회복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것은 그들의 언어가 과학적인 사고의 언어가 아닌 상징적 언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신화의 세계 역시 상징적 언어로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작가는 언어로서의 가능성은 시에서, 종교로서의 가능성은 불교에서 찾고 있다. 불교의 공사상은 권력 전복의 힘을 지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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