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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 - 하 - 세계의문학 18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조홍식 옮김 / 을유문화사 / 1993년 11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저자가 시몬느 드 보봐르 라고 되어있는데 몇 년 전 신문 기사에서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성에 대해 너무 직설적으로 썼다는 혹평을 읽었던 거 같다.이 책은 성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들이 많긴 하다.하지만 외설적이라거나 그렇진 않은 느낌이다.솔직히 남자들이 말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대부분 남자의 입장에서 쓴 성에 대한 이야기이지 여자가 여자의 입장에서 쓴 성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그런 점에서 이 책에 나온 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자극적이다.하지만 이 책은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미처 몰랐던 나의 이야기들이 정확하고 예리한 관찰력과 표현력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다.나를 비롯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여성에 대한 편견들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고 또한 여성의 결점들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여자는 일생을 가족 관계에 의해서 살아간다.자신의 이상을 드높일 틈이 주어지지 않을 뿐더러 그 이상을 위해 자신을 연마할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무료한 반복이 주어진다.10년전 저녁 8시에 했던 설거지를 10년후에도 똑같은 시간에 해야 하지만 일생동안 했던 집안일은 중요한 일로 여겨질 수가 없다.
저자는 '남자는 여자를 만들었다.무엇으로 만들었는가 그의 신 및 그의 이상적이 갈비뼈로'라는 니이체의 말을 두어 페이지가 넘게 설명하고 있다.스케일이 크고 대담하게 쓰여진 이 책이 재미를 더하는 것은 이러한 여성스러운 섬세함이다.니이체가 존경할 만한 철학자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먼 당신인 것은 이런 자상한 설명이 없어서이다.보봐르는 인류의 절반이 고대로부터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떠한 삶을 살았나 하는 아주 큰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여자 주위에서 벌어지는 조그만 일상사도 의미를 가지고 이 책의 많은 페이지에 담고 있다.
저자는 또한 남성들이 이룬 문명의 과실을 여성들이 나누어 가지며 새롭게 여자의 역사가 여자의 신화가 다시 시작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출산의 조절로 인해 여자들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일생의 노역에서 많이 해방되었다.사람은 동물 중에서 성장함에 있어서 가장 오래 가장 심하게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아이에 대해 절대적인 모성애 신화가 사회에서 믿어진다.
아직도 개인 존재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사회적인 관습은 새로운 여자들의 출현을 방해하고 있고 새로운 여자들은 일반적인 전형이 되지 못하고 있다.즉 부르조아적인 페미니스트들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그만큼 해방된 새로운 여성들은 사회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이 책에서 밝혀지는 여성의 문제들이 더욱 극명하게 여성들을 옥죄고 해방의 출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가난한 계층에서이다.
인류에게 빛을 던져주고 역사에 건설적인 전환점을 가져오는 남자 천재들은 대부분 가난한 계층에서 출현한다고 한다.그들은 양 어깨에 세계의 무게를 짊어지고 그 개개의 실존에서 인류 전체의 운명을 타개하려고 했던 사람들이다.아뭏튼 처음에 이 엄청난 짐을 한 몸으로 떠맡았던 것이다.하지만 여성은 한번도 이런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여성에게는 모든 것이 외적인 여러 가지 존재에 의해 지배되고 의존하도록 되어 있어 현실세계와의 괴로운 대결을 감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즉 남성들이 만들어낸 인류의 역사 속에서 그 신화와 관습들은 아직도 여성을 효과적으로 얽매고 있다는 것이다.보봐르는 각 가정에 침몰되어 흩어져 있는 여성들에게 이러한 사슬의 비밀을 깨우치고 집단적인 해방이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론 2권이 더 재미있었다.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