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프로그램을 보고 한바탕 웃고나서 TV를 끄고나니 온갖 잡생각이 드는 기분이 이럴까요? 이 소설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었어요. 첫장을 펼치는 순간 부터 중반까지는 황당하고 신기해서 히죽히죽 웃게되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뭔가 조금씩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더라구요. 그냥 웃고 넘기기엔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들, 극락컴퍼니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었습니다. 이미 고령화사회를 맞이한 일본, 그들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들은 이제 무대 밖으로 퇴장했습니다. 주인공 스고우치는 퇴장한 배우 중 하나 입니다. 그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기리미네와 가짜 회사를 만듭니다. ’주식회사 놀이’ 그들이 만든 이 황당한 회사는 모든게 다 진짜 회사와 똑같습니다. 출근을 하고 회의를 하고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고 야근을 하고 야식도 시켜먹고요. 그들은 회사원과 똑같지만 직접거래는 없는 ’놀이’ 회사를 만든 겁니다. 이 회사는 정년퇴직한 다른 사람들의 큰 반응을 얻어 성장하게되고, ’거래처 회사’ 와 ’지역 분점’ 등으로 마구 커져가게 됩니다. 퇴장한 배우들은 현역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일상이었던 회사는 그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보람을 안겨주는 삶의 전부였던 것이죠. 은퇴자들이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유유자적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냥 ’회사원’ 이었던 것이었어요. 작가는 이 유쾌하고 황당한 이야기 속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녹여놓았습니다. 정년퇴직한 남편을 이제껏 뒷바라지한 공허한 부인. 경제 성장기를 지나 태어나 경제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고민 많은 아들. 그리고 그 와중에 ’주식회사 놀이’ 를 악용하는 마음씨가 글러먹은 사람들. 단순히 ’주식회사 놀이’ 와 주인공에 이야기에 맞춰진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의 문제들과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참으로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이, 지금 2011년 한국의 평범한 독자인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이건 우리 이야기다’ 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된 시점이 1998년이라는데 그 때가 일본의 고령화 시작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게 가까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었습니다. 소설은 또 다른 시작을 보여주며 마무리 되는데, 과연 우리는 어떤 시작을 준비해야하는 것인지 고민도 되고 이것저것 잡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파티가 끝난 뒤에 몰려드는 공허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한참 생각해봤는데,, 이 공허함을 매꾸는 방법은 또다시 즐겁게 파티를 준비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 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