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해 교토여행을 준비하면서 모리미 도미히코 라는 교토작가를 알게되었습니다.
제가 읽은 그의 작품은 '연애편지의 기술' 그리고 '달려라 메로스'입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라는 작품이 가장 널리 알려진 모양입니다.
그의 작품은 꽤 독특한데 소재의 선택이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방법 그리고 문체에 있어서 참 재미있습니다.
그가 재차 밝힌 자신의 작품의 근원 중에 한 부분이 바로 '다자이 오사무'라는 일본 작가였습니다.
오사무이외에도 일본 문학의 맥을 이어온 작가들을 무척 존경하더군요.
그런 연유로 '인간실격'이라는 그의 대표작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성격을 지닌 소설입니다.
다분히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느낌이 차용되었는데 예를들면 그의 가족과 어린시절, 청소년과 청년기의 방황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주인공은 1900년대 초 넉넉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의 일본은 대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었으며, 그의 집은 그 혼란기 속에 신흥 지주로 떠오른 집안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요조'로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잉여인간으로 규정하고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과도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떤 곳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하는 주인공의 인생은 방황과 알콜중독, 자살시도로 치닫게됩니다.

그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임을 밝혔고,
그는 자신이 20대임에도 마흔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했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정말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그는 39살에 하늘로 가셨는데 말이죠.
 



이 책에는 인간실격을 비롯한 6개의 작가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그의 글은 꽤나 흥미로운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관조적인 문체 : 아오모리현 기타쓰가루에서 태어난 그는 지방사투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의 문체는 그가 도쿄에서 활동하면서 도쿄의 표준어를 구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문체인 것 같습니다.
문체 자체가 단정하면서 관조적입니다.
상대를 부를때도 '자네, 당신, 여러분' 등의 문법책에 나오는 듯한 표준어를 구사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그것이 참 독특하고 매력적이더군요.
이 부분이 모리미 도미히코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해요.
그가 쓴 '연애편지의 기술'을 보고 무심히 던지는 문장들이 어찌나 우낀지 킬킬거리며 보았거든요.
읽어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2.동양적 소우주론 :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외부에서 찾는 서양문화와는 다르게 동양문화는 자꾸 내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지요.
그것은 동양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인간실격에서도 주인공은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가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아의 정체성이나 자존감등을 무척이나 깍아내리고 괴로워하고 벼랑 끝까지 자신을 몰아세워갑니다.
3.이야기의 진행방식 : 그가 이야기를 흘리는 방식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마치 잠자기 전에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할머니 같다고 할까요.
옛날에~~ 이런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라든지 말입니다.
신비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두와 알맹이가 통통한 본론 그리고 허망한 결론이 어우러진 구전같은 느낌이 듭니다.
4.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 : 그가 자신을 예술가라고 칭하며, 예술가는 일종의 기묘한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가 가진 독특한 시각으로 강아지를 관찰한 단편 '개이야기'와 주인공을 100엔짜리로 둔 '화폐'라는 단편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돈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이 또 참 새롭게 느껴지더군요.

인간실격은 그리 유쾌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나 구체적인 깨달음을 주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개인이 얼마나 자신에게 집중하여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인 것 같아요.
다소 관조적인 문체이긴하지만.
예를들면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꼭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묘사하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고민해 볼 만한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니힐리즘의 분위기가 짙게 풍기기 때문에 자칫 읽고 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질 수도 있습니다.ㅋ
문학적으로는 매우 가치가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마치 저도 잉여인간이 된 느낌이 들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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