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표지는 옛적부터 낯익은 것이다. 몇 년 전 어떤 수업에서인가 교재 같은 것으로 썼던 것 같고, 참 많은 학생들이 들고 다녔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는 표지 이상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책이다. 얼마 전 라다크에서 술 권하는 노래라는 것을 보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상상력에 감동받아서 읽게 되었다. 책은 먼저 저자가 본 라다크의 훌륭해 마지않은 '전통'을 저자가 느낀 그대로 묘사해준다. 내가 책을 읽게 된 동기만큼이나 라다크 사람들은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싶은 정도로 좋아 보인다. 세상에, 그 사회에서는 '화 잘 내는 사람'이 욕이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그 사회에서 '신경증'환자는 전해오는 의학책 속에서나 존재하는데, 그에 대한 치료법이 또 한번 상상밖의 것이다. 내가 사는 사회는 화내지 못해서 병이 생기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그 사회에서는 화내지 않으며, 그만큼 마음이 평안하다는데 어찌 부럽지 않을까. 내가 배운 것들, 상식으로 받아들인 너무나 많은 것들이 그 사회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화내지 않는 것은 일부 특별한 사람에게나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 사람이 전혀 없는 것 같지는 않아서) 하지만 라다크에 관하여 이 책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것은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가치관을 받아들이면서 생활하는가에 달린 것 같다. 다만 어느 순간 이러한 라다크의 좋은 모습은 책이 1970년대 초반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고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를 거처 책이 씌여진 90년대 초에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생활'의 이상한 우울함이 라다크도 빼놓지 않고 덮었으며, 다시 회복하고자 이런 저런 운동들을 한다고 했다. 문득 70년대 초반이라면 우리나라도 농촌 마을은 아직 라다크 못지 않은 공동체의식이 살아 있고 서구식 문명이 덮치지 않았던 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70년대 초 이미 우린 '배고파 못살겠다'며 개발을 온몸으로 환영하던 때였던 것 같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었던 때를 찾기가 별로 쉽지 않은 우리 역사에서 라다크 식의 마음의 평화란 조금 개인적인 수양을 요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꾸 거칠어지고 폭력적이 되는 것 같은 자기 자신 때문에 속상한 사람들에게 추천. 유토피아가 유토피아만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원초적 불가능이 아니라면 우리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꿈꿀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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