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하고 인사하실래요? - 일곱 마리 고양이가 들려 주는 삶의 지혜
조 쿠더트 지음, 김선형 옮김, 이성표 그림 / 프리미엄북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알게되었고, 또한 우연히 갖게 된 것에 비해 무척 만족스러운 책.

늘 사람에 치인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불만만 이래저래 늘어가고, 그것이 다시 사람에 치이게 만드는 결과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어렴풋하게 느끼지만, 현실로 인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지는 못하는 나는 일단 이 고양이 이야기 시리즈로부터 어떤 종류의 따뜻한 위안을 얻은 것을 첫번째 장점으로 꼽고싶다. 비슷한 상황에서 고양이(성격은 무척 다른 개성있는 고양이지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하여 글쓴이의 통찰력이 더해진 소상한 서술은 '그래, 맞아. 그런 거지. 나도 할 수 있어'하는 식의 막연한 의지마저 일으킨다. 스스로 점점 악화시키고 있는 내 주변의 상황은 나로 인해 변할 수 있다. 이 책 아니라도 너무나 많은 '자기관리', '성공', '마음다스리기' 부류의 책에서 그런 얘길 하지만, 이 책은 그 간단하지만 막연한 명제를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하는지를 사람의 입장에서 관찰한 점이 색다르고, 호기심을 부르고, (스스로 깊게 한) 상처를 다독여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 무척 호감을 갖고 있다. 예전에 어느집에서 말그대로 '도둑고양이'처럼 생긴 고양이를 기르는데 무서운 생김새와 달리 내게 먼저 다가와서 부비적거리면서 온 바지에 털을 붙여놓은 적이 있었다. 그 사건으로 그때까지 갖고 있던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모두 버리게 되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랑을 먼저 내주는데 두려움 없는 비티에게서 그런 이미지를 느꼈다. 내 단 한번의 직접경험과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고양이들에 대한 간접경험을 통해서, 나는 애완동물이 상처받고 헤매는 인간에게 기대 이상의 큰 힘이 되고 자기만의 굴에서 두려움을 접고 바깥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고 있다. 다만, 도시에서 살고 아침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밖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동물을 기르는 것이 별로 적당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아직은 간접경험으로 만족.   다만, 결국 고양이도 사람처럼 이런저런 성격이 있고, '파피'나 '트롯' 같이 결국 적응하지 못하는 녀석이 있다는 것. 아무리 고양이라도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는데 스스로의 노력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 결국 '시간'이 저절로 치유해준다거나 '남'이 저절로 치유해주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고양이에게도 예외없다는 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거고 상처 운운하면서 게으름을 피운다면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다시한번 확인.

읽으면서 어찌나 녀석들에게 정이 들었는지, 나중에 이녀석들이 모두 과거의 고양이가 된 것을 알고 기분이 울적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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