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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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흑산을 자산으로 바꾸려 한다.

     자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다. 흑은 너무 캄캄하다. 자는 또 지금, 이제, 여기라는 뜻도 있으니 좋지 아느냐. 너와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사는 섬이 자산이다.

     흑은 무섭다.

     흑산은 여기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친다. 자 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 여기를 향해서 다가오는 빛이다. 그렇게 느껴진다. 이 바다의 물고기는 모두 자산의 물고기다. 나는 그렇게 여긴다.

 

     신유박해 초기에 정약종의 교리서와 성물의 발견되어 정약종이 체포되고, 이어 정약용과 정약전이 체포된다.

     정약종은 세상 너머로 가고 정약용은 조카사위 황사영을 밀고하고 배교에 동의함으로 현실로 돌아왔다. 정약종의 희생으로 정약용과 정약전은 풀려나기가 수월했다.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되고 정약전(정약용의 형)은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그 섬에서 창대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창대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물의 높이, 바람을 기록하고 물고기를 살펴보고 세상을 집적대하는 법을 익히는 소년이다. 그 섬에 머무르며 물고기를 관찰하며 기록한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여담으로 정약용은 강진에서 유배 시절에 머물렀던 '다산초당'이 있고 제자 황상을 만나게 된다.) 

     '자산어보'를 어떻게 썼다기 보단, 원래는 현산어보 였지만 자산어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게 된 이유와 동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일련의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상태, 고뇌와 갈등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이야기와 병행되는 이야기가 조선시대에 천주학에 대한 박해(신유박해)이다. 살기 위해서는 자백을 하고, 누군가를 고발해야 했고 배교에 동의하면 살 수 있고, 누군가는 입을 닫고 죽음으로 향했다. 박해가 심해지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천주교인들은 입을 닫고, 연락책을 끊고, 점점 깊이 숨어든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황사영이 있다.

인물들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4형제이고, 황사영은 첫째 정약현의 사위이다. 황사영은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에게는 조카사위이며, 정약종에게 천주교리를 배운 후 출사를 단념한다. 집에 은거하면서 주변 인물들에게 포교활동을 하고, 기도를 하며, 중국에 있는 신부와 연락을 취한다.

  

     인물들의 삶의 고뇌, 삶과 죽음이 장황하게 펼쳐져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힘이 든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오는 김훈 특유의 역사와 심리묘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감칠 맛 나는 소설이다. 한번 읽고 치우기엔 너무 아깝고,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을 것 같다.
     또한, 흑산도에 한 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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