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자기계발서는 아닙니다. 에너지 버스를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구입한 책입니다. 많은 긍정적 정보들이 수록된 이야기 형식의 책입니다. 단번에 뭔가를 얻는 다는 생각을 갖고 보기 보다는 침대 머리 곁에 두고 가끔씩 천천히 두고두고 읽는 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9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평범한 만남이나 사랑에 대한 단순한 관조가 아닌 마치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고 또 때로는 참여하게 끔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와 같은 말을 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무어라 콕 집어서 제가 구분하여 말할 수는 없지만 9개의 단편들은 김연수 작가의 글이라는 특색이 분명 존재합니다. 더러 전개에 있어서 독자가 푹 빠지지 않고서는 한 번에 읽어 내려가는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편 한편 읽고나면 이야기와 작가 그리고 독자와의 느낌의 거리를 좁히는데 이보다 더 탁월한 전개가 있을까 할 정도로 독특하게 접근하여 풀어가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끊임없이 읽는 이를 작품 속으로 어느 순간엔가 빠뜨리고 완전히 그 순간을 생기있게 연상케 하는.. 마치 그것을 최대한 활용한 것과 같은 느낌은 작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불필요하거나 또는 어렵고 복잡한 구도와 이미지가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9개의 이야기들은 각각 독특하게 과거와 끝남 또는 미완.. 그리고 다시 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 단편들 마다 고유한 이야기가 묘사되고 회자되어 진행되는데 정말 이 책의 재미난 점은 마치 작가의 어떤 특별한 공간 안에서 그 시간들이 특이하게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권태감이 느껴지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조용히 이야기를 읽다가 마치 눈을 감아 버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순간순간과 전체를 긴장하며 응시하게 만드는.... 작가의 진면목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9개의 단편 중에서 6번째 ‘내겐 휴가가 필요해’와 9번째 ‘달로 간 코미디언‘을 기억에 담아두고 싶습니다. 어느 다른 시간, 먼 과거 또는 먼 미래에 나라는 자기 자신은 늘 있습니다. 언젠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이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쩌면 이 시대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엉뚱하게 해석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는 순간 어쩌면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거울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회한과 자각이 뒤범벅되어 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통제할 수도 없지만 계속적으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언젠가의 나와 이어져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어쩌면 답답할 수도 그리고 갈등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난해할지는 몰라도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할 수 있지도 않을까요... 정말 많은 관찰적 즐거움과 오묘한 개운함을 느끼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