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엄마와 아빠가 오랜 여행을 하던 때, 엄마는 비 내리는 아침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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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아침, 아빠와 엄마는 좀처럼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다. 껴안고, 키스하고, 바보스러우리만큼 행복한 말을 속삭이고, 서로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올려주고, 또 키스하다가 손을 마주 잡은 채 꼼짝 않고 누워서 빗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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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조그만 방, 조용하고, 행복한.
하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엄마가 아빠와 여행을 떠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을...-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