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이라는 것은 회전문처럼 그저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는 문득 생각했다.
그 칸막이의 어디로 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단지 발을 내딛는 방식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어떤 칸막이 속에는 호랑이가 있고,
다른 칸막이 속에는 호랑이가 없다.
요컨대 그 밖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논리적인 연속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라는 것 따위도 실제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세상과 세상의 어긋남을 잘 느낄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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