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제대기획 부국의 조건 -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제도의 힘
KBS <부국의 조건>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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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의 조건>은 지난 2014년 KBS에서 방송된 3부작 다큐멘터리이다. 2014년 KBS 우수 프로그램상 등을 수상했다. 2년이 넘는 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국의 '조건'은 충족되지 못했다. 그 조건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 끝없어 보이던 성장은 어느덧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물가상승률은 멈출 줄 모르고 위로 향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6년 3분기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현대차의 장기 노조 파업이 동시에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제조업 성장률은 7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경제 전반에 걸쳐 안 좋은 소식만 들려온다. 경제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부국으로 나아갈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국이란 무엇인가? 돈이 많은 나라? 국력이 강한 나라? 인구가 많은 나라?
오늘날 세계적으로 GDP(국내총생산)로 부국과 빈국을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 순위는 세계에서 11번째로 높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부국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민 대다수가 가난한 나라를 부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GDP 총액이 많다고 부국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분배가 이루어진 나라를 부국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고른 분배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제작팀이 5개 대륙 13개국 현지에서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사회의 제도'였다. 현대국가의 부는 소수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획득할 수 있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권력 분배가 동반된 포용적 정치제도의 확립이었다. 권력과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면 다수가 소외된다. 열심히 일해도 그 대가가 없기에 일할 의사는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세계 부자 순위 1, 2위를 다투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의 국적은 멕시코다. 멕시코의 GDP 순위는 15위이다. 네덜란드보다 높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극빈자로 살고 있다. 이는 '나라는 부유한데 국민은 가난한' 비정상적인 형태이다. 책에서 멕시코와 미국을 비교하며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운명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도시, 노갈레스. 북쪽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속하고 반대쪽은 멕시코 소노라 주에 속한다. 하나의 도시지만 두 개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 노갈레스 도시를 통해 극명한 빈부의 차를 볼 수 있다. 미국 노갈레스 주민은 멕시코 노갈레스 주민보다 평균 세 배 이상의 돈을 벌고 있고,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정치제도 속에서 다양한 공공인프라를 제공받는다. 반면 멕시코 노갈레스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 못 이겨 멕시코 탈출을 위해 8m에 이르는 장벽을 넘는 시도들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의 문제는 다양하다. 부정부패, 양극화, 재벌의 부 독식, 범죄 조직과 결탁한 정치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멕시코와 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건 스페인과 영국의 식민지 시대부터 내려온 제도의 차이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 의해 착취를 당했던 멕시코와 영국의 포용적인 제도 아래서 성장한 미국은 오늘날 현저하게 다른 모습이다.

그 외에도 로마, 베니치아, 스페인, 소련, 베네수엘라, 스웨덴, 싱가포르, 네덜란드, 독일, 일본의 제도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회 제도를 도입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양극화와 사회 전반에 걸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생생한 취재와 사례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학생, 청년, 남녀노소 누구든 가리지 않고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책과 방송 모두를 본다면 더욱 유익할 것 같다. 나 또한 방송을 찾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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