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가히 전복적이라 할 수 있다.
자살, 광기가 주제이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열망이 샘솟는다는 점에서 전복적이다.

1997년 11월 21일..
24살의 베로니카는 드디어 죽기로 결심하고.. 수면제 4통을 한번에 비운다. 이제 그녀에게 남겨진 삶은.. 너무나 뻔한 것이라는 권태와 세상이 점점 나빠져가고 있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이 그녀를 자살로 몰았다. 한마디로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죽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깨어보니.. 정신병원이었고.. 의사로부터,,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심장이 상해서..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사형선고를 듣는다. 흐흐..

바로 여기서 이 소설의 절묘한 아이러니 가 빛을 발한다. 솔직히.. 자살을 꿈꾸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사람에게.. 몇일 후에 죽는다는 사형선고가 어찌 충격적이랴.. 하지만 그녀는 겁이나기 시작했고,, 왜? 약을 먹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숨이 끊어지는 것과.. 할수 있는 일을 모두 해본뒤 죽음을 기다리며 닷새나 한주를 보내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후 소설의 이야기는.. 베로니카가 어떻게 살아보기로 결심하는 때늦어 보이는 집착과 그 깨달음의 과정을 그리고,, 말미에 묘한 반전을 그리며 끝난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죽음에 대한 열망과 삶에 대한 열망이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이다. 삶에 대해 지독한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죽음을 꿈꾸고 자살하는 것이 아닐까.. 베로니카가 자살을 시도한 것은 그녀의 삶의 열정이.. 현실속에서 도저히 채워지지 못할 것이라는 냉철한 인식때문이지 않은가?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했다가 죽지 못하고 살기로 결심하고 결국에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죽음, 삶은 적대적인 개념쌍이 아니라,, 상호침투, 의존을 통한 통일을 지향하는 개념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자각이 우리를 더욱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는 것은 명확한 것 같다.

뿐만아니라.. 이 책은..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 정상인 과 정신병자 , 광기 간의 구분을 해체한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정신병원 담장밖의 .. 이른바 정상인의 세계는.. 부조리, 파렴치로 가득한 곳이며,, 따라서,, 그 세계의 틈바구니 속에서 미치지 않는 사람이 '미친' 꼴이 되고 만다. 이 책에서 정신병자를.. '미치지 못하여', '미치면 안된다'는 강박증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이라 정의한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이다.

정말.. 감탄이 앞서는 책이다.
같은 자살을 주제로 한 책이지만.. 다자이 오사무 나 다나까 히데미스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래,, 산다는 것은 만만치 않지..나도 그런 상황에 닥치면..자살할 수도 있겠다. 자살하는 사람을 무조건 폄하해서는 안되겠다. 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은.. 절대로 죽으면 안되며,,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삶에 대한 열망,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

한번쯤..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은 이 책을 읽고.. 그때 안죽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할 것이고,, 결국 산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사소한 것에서 그 의미를 발견해 내는 과정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