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당쟁사 1 - 사림정치와 당쟁 : 선조조~현종조
이성무 지음 / 동방미디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시대 당쟁사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익히 알려져 있는 동인, 서인, 남인, 북인 외에도 노론과 소론, 시파와 벽파, 한당과 산당 등으로 세분화될 뿐 아니라 나뉘어진 기준이 학파에 따른 것일 때도 있고 정치적 입장에 따른 것일 때도 있다보니, 소속 학파에 따라 극렬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상이한 집단의 사람들이 정치 입장에서는 같은 정파에 속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는 일제 시대 이후 한국인들의 저급한 민족성이자 망국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며, 그러한 시각의 편린은 지금까지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당쟁과 관련한 부정 일변도의 평가를 단호히 거부한다.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정파가 존재하고 각 정파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비판과 견제를 통해 경쟁을 한다는 면에서 당쟁은 민주주의 정당정치형태와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선이 멸망할 시점에서의 정치형태는 세도정치인데 이는 당쟁의 건강한 비판, 견제 능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망국의 책임을 묻는다면 오히려 당쟁을 종식시키고 모든 권력을 한 가문에 집중시켰던 세도정치에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그동안 묻혀있던 당쟁의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기 위해서 당쟁이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면까지 눈감고 있지는 않다. 다른 당파와의 극단적인 대립, 유교적 형식주의에의 과다한 집착, 수차례 되풀이된 피의 복수 등은 당쟁이 대단히 소모적인 행태를 띄고 있음을 명백하게 증거하고 있다.

<조선시대 당쟁사>는 선조 대부터 고종대까지의 정치사를 대단히 잘 정리해 놓은 대중서다. 가벼운 마음으로 두 권의 책을 읽어 내려가면 TV 드라마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조선 중후기 정치사의 깊숙한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름난 유학자들간의 인간 관계나 개인적인 성정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즐거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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