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香石 2007-08-07  

아주 아주 오랫만에 와서 한구석을 슬며시 들춰보고 갑니다.
여전히 부지런하시고 아기는 많이 자랐고.
시간은 늘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든다는걸 새삼 느낍니다.
하긴 저도 군에 간 아들 면회를 다녀오고 있으니 그 흐름이 무언들 변하게 하지 않을까요.
엊그제는 대전에서 버스를 갈아타며 잠시 생각했습니다.
원주에서 버스를 타고 대전을 오려면 가끔 청주를 지나는 버스를 탈때도 있고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여기 어딘가에 이설님이 있을 것이라는.
너무 바쁘게 사는 나날이다 보니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조금씩 접어두게 됩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느지막히 가지게 된 일이지만 그 일이 너무 좋아 힘든 것도 잊고 쫓아 다니며
올 상반기를 보냈답니다.  모처럼 한가한 날 슬며시 문 열고 들어와 한참을 뒤적이고는
이십대의 어느날 만났던 이설님을 떠올립니다.  삼십대라는걸 문득 문득 잊게 되는건
아마도 제 기억이 그시절 어딘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가끔씩 폐허같은 리뷰를
열어보고 그때의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 정점에 있는 이설님을 오늘 여기서 홀로
만나고 갑니다.  더운 나날들, 아기도 이설님도 건강하게 나실 수 있기를.

                                                           

 
 
kimji 2007-08-13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요즘은 어찌 지내세요. 답장이 늦었습니다.
사랑니로 고생을 했어요. 그걸 핑계로 태업을 부렸습니다. 밥해먹기도, 치우기도 귀찮은 나날. 책읽는 것도 생각하는 것마저도 피로한 나날들,이라고 치부하면서 말이죠. 사랑니는 빼고, 일상은 다시 반복입니다. 제 하루하루도 똑같을테고요.
잘 지내요, 전. 아가도 부척부척 잘 자라구요. 곧 서른넷,이 될테고요. 물론, 제게도 이십대가 있었죠. 님이 기억하는 그 시절의 제가 말이죠. 그때도, 지금도, 저는 사실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아요. 그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발전이 없다는 의미가 될 때는 문제적이기도 하지요. 하여, 저는 늘 변하였음 하면서도 늘 변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하기도 하는, 그런 나날들입니다.
아드님이 군복무 중이시군요!(아, 시간이란!) 건강한 군생활 하시길 기원할게요.
느즈막에 가지게 된 일,이 님의 의미를 깊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또한 기원할게요.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저도 님의 공간에 들릅니다. 때로는 꽃향기가 짙어서 길을 잃기도 하지요. 생각해보면 꽃향기가 아니라 그 꽃을 담아놓으신 님의 향기일 것인데 말입니다.
건강하신듯 하여, 마음이 좋습니다. 이렇게 먼저 연락 주셔서 고마워요.
님의 편지를 받고나면 어쩐지 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계절, 잘 지내셔요,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