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2004-11-19  

그저 잡담
그냥 왔어요. 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정신이 산만해서요... 딱히 할 말도 없는데, 그냥 왔어요. 전에 말씀하신 모과차 한 잔이 생각나서요... 겨울이 왔는데, 일상은 왜 이리 같은 일만 반복될까요? 찬바람에 얼굴이 빨개지도록 거리를 걷고 싶어요. 쨍쨍한 겨울 햇살 틈에서, 살을 에는 듯 불어닥치는 바람을 맞고 싶어요. 그리고 엉덩이 시리도록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툭툭, 농담을 던지고 싶어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그저 헤실헤실 웃고 싶어요. 그렇게 지금,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요.
 
 
kimji 2004-11-1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보고 온 날입니다. 얼마전부터 엄마와 떨어져서 지내거든요. 엄마와 헤어지고 두어시간 걸려 돌아오는 길, 벌써 낙엽은 거리를 메꾸고, 나무는 앙상해졌더군요. 제가 사는 도시에 들어섰을 때는, 안개가 자욱해, 마치 꿈에서 막 깬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아니, 어쩌면 꿈속같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적응되지 못한 곳, 아직 적응되지 못한 일상을 사는 저는 저도 모르게 그만큼 고단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현실과 꿈이 가끔 그렇게 헷갈리곤 합니다.
날이 다시 추워진다고 하더군요. 얼굴이 빨개지도록 찬 겨울 날씨,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사계절 중에서 유독 겨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요. 그렇게 빨개진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따스한 기운때문에 금세 얼굴이 가려워지고 따끔따끔해지곤 하지요. 그럼, 집이 그렇게 아늑하고 좋은 느낌을 가질 수가 없더군요. 희한하지요. 집 밖을 나서면 집으로, 집에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니 말이지요.
주말에는 어쩌면 속리산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님의 글을 읽으면서 떠올렸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멀리, 더 남쪽에 다녀올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제가 사는 곳보다는 조금 더 따스할지, 어쩔지 궁금해집니다.

kimji 2004-11-1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한 곳에서는 낯선 곳을, 낯선 일상 속에서는 지루하도록 익숙한 일상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나서기'는 좋습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요' 라는 문장을 읽는데 마음이 막 활랑거립니다. 제 마음 속에서도 똑같은 문장이 회오리치고 있는 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또 압니다. 그냥 있어야 하고, 오늘은, 적어도 오늘은 참아야 하고, 조금 있으면 또 사라지게 될 감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말이지요.

모과차, 함께 마시면 정말 좋을텐데요- 하, 안타깝습니다.


추운날, 이불 차 내지 마시고, 코끝까지 덮고 주무시길요 : 문득 이런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