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위
마이클 올레드 외 지음, 로라 올레드 그림, 황석희 옮김 / 시공사(만화) / 2021년 1월
평점 :
데이비드 보위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오로지 그의 외모에서 풍겨오는 이미지들로, 정돈된 더벅머리, 강렬한 메이크업, 화려한 의상, 매력적인 몸짓 등이 한데 모여 오로지 기도와 신앙의 믿음으로 신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그러한 기도와 신앙이 없는 나로서는 신은 그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화 속 주인공일 뿐이다) 나와는 아주 멀게 느껴졌다. 보위가 세상을 떠나고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떠돌 때조차도 그는 나와 같은 인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이미지, 손에 쥘 수 없는 여러 형상의 이미지였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막연하게나마 그의 이미지에 대한 호감,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우연처럼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멀리 있던 그를 이제는 인간적인 소스를 조금 넣어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그에 대해 느꼈던 이미지 그대로 이 책은 그를 이미지로 소화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혹은 그 시대의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좀 더 이 책을 잘 이해했으리라. 하지만, 이 책은 그가 그의 음악을 여러 배역을 통해 파격적이고 전에 없던 방법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충만한 예술적 감각들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잘 표현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충격들이 좋다. 인식의 공간을 넓혀주는 예술가들이 좋다. 한 인간의 삶을 압축하여 책 하나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인간의 삶을 부분적으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데이비드 보위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