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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
조인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아르바이트만으로 과연 12억을 벌 수 있을까? 책의 내용이 상당히 선정적이다. 실제로 저자 역시 아르바이트만으로 12억을 번 것이 아니라, 대학 시절 그리고 대학원 시절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1억여원을 재테크를 통해 12억까지 불린 것이다. 적수공권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한 저자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은 나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절약의 미덕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돈을 벌기 위해 보통사람은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리고 한 달 5만원도 안 되는 용돈으로 생활했다. 물론 절약은 미덕이다. 그러나 그 절약이란게 아껴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예 ‘쓰지 않는’ 것일 때는 문제가 있다. 돈이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을 쓴다는 것은 인생의 큰 타격이 아닐까?

  저자는 부자가 되려면 젊어서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돈을 버는데 때가 있다면 돈을 쓰는데도 때가 있는 법이다. 특히나 젊을 때는 돈에 구애 받지 않고 가능한 쓰는 게 낫다. 여기서 말하는 ‘쓰는 것’이란 낭비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투자를 의미한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젊음을 즐기기도 하며, 책을 읽고 지식과 교양을 쌓는데 돈을 사용하는 것이 ‘투자’인 것이다. 특히 사람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이것은 돈으로 사람을 사려한다는 물질적 가치관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보다 의미있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친구와 동료, 그리고 가족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돈으론 살 수 없는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재산을 만들어 줄 것이다.

  책의 중반부에서 저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던 현실의 냉혹함과 그에 대한 극복을 자기자랑이 반쯤 섞인 채 밝힌다. 그는 현실을 깨닫고 여태 모은 종자돈으로 목돈을 만들기 위해 부동산을 이용한 재테크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랜 인고 끝에 재테크에 성공한다. 그리고 깨닫게 되는 것은 돈이 돈을 번다는 것. 아무래도 맞는 말이기에 수긍이 간다. 돈을 벌려면 종자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에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맨손으로 덤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능력 즉 몸값을 올리거나 인맥을 넓혀 돈을 모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된 노력은 어느 방법이나 필요하지만 과연 어느 쪽이 자신을 만족시켜줄까?

  그런데 저자는 무엇 때문에 돈을 벌려 한 것일까? 책의 중간중간에 자자가 이루고자 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는다. 후반부에 가서야 그 꿈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는 청소년 쉼터와 선교사 하우스를 여는 게 꿈이라고 한다. 아~이제서야 그가 돈을 버는 목적이 이해가 간다…고 하지만 그것은 맹목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쫓아다닌 지난 세월을 ‘봉사’라는 미명하에 보답 받으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렇게도 봉사하고 싶으면 당장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면 될 텐데 말이다. (물론 저자는 사회복지과를 나왔고 힘든 아르바이트 생활 틈틈이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목적이 봉사라는 건 자기 미화이고 합리화가 아닐까?)

  책의 후반부에서는 아르바이트의 장점에 대해 설명한다. 이 부분은 독자들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인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 인간관계 및 인맥, 리더쉽 등을 배울 수 있다. 또 땀 흘려 번 돈의 소중함과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야 말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삶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이 삶과 다르다고 해서 타인을 비방할 수는 없다. 저자 역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저자를 깎아 내리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소비지향에 무계획적인 일부 젊은이(주로 또래의 대학생!)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직접 찾을 독자들이라면 보다 큰 뜻을 품었으면 좋겠다. 돈을 아끼고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돈을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7년이란 긴 세월을 통해 뒤늦게 그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독자들은 저자를 통해 미리 알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 올지 모를 미래를 바라보지 말고 당장 시작해라. 그리고 자신에 대해 투자해라. 그것이 돈을 버는 길이다. 단 소비와 낭비는 구분할 것. 특히 자신을 위해 책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가계부쓰기를 적극 권장한다. 적은 돈이라도 가계부에 기입하다보면 돈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줄 평 : 노력점수가 3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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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사마 2007-08-2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제목만 보고 수학에 대한 이야기인줄 오해했었다. 원주율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수학사에 대해 설명하겠지하고 그냥 지나칠 뻔 했으나, 책 표지의 그림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책 표지에는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무리 위로 하얀 보트에 누워있는 흑인 소년과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다. 소년은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고 호랑이는 보트에 걸쳐 앉아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비현실적이면서 동화 같은 그림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읽게 되었더니 좋더라-_-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전에 ‘작가노트’라는 이름으로 소설의 내용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느낌을 준다. 작가노트에는 의미심장한 말이 숨어있다.
    그 때 노신사는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 젊은이는 신을 믿게 될 거요”    -p10

그렇다면 이 책은 신에 대한 이야기일까? 조금더 읽어보자.

  1부에서는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에서부터, 동물원 원장의 아들로써 동물학과 동물의 생태, 그리고 동물원 경영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보여준다. 이 부분이 상당히 지루하긴 하지만 읽어두면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2부에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라, 유년시절 그의 종교관에 있다. 힌두교 가정에서 태어나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관심을 갖고 신학을 공부한다. 그리고 주변의 타당한 반대에 이렇게 대답한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p94
거봐 종교에 대한 소설이 맞잖아. 에이 시간만 낭비했군…이라며 삐뚤어진 편견 속에 책을 덮을 뻔했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흥미로워 계속 읽다 보니 어느새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에서 파이는 동물원을 처분하고 캐나다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그러나 항해 중 뜻하지 않는 사고로 배는 침몰하고 유일한 생존자인 그는 구명보트 위에 오랑우탄, 하이에나, 다친 얼룩말, 그리고 호랑이 한 마리씩과 함께 살아남게 된다. 마치 우화 같은 이야기가 전개될 듯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였다. 치열한 생존의 법칙에서 살아남으려는 모험이 펼쳐진다. 그래 바다 한가운데의 로빈슨 크루소라 하면 적당하겠군. 구명보트에는 다양한 물품이 구비되어 있어, 파이는 그것으로 로빈슨 크루소 못지 않는 생존기술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점점 심각하게 전개된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모든 동물은 죽고 호랑이와 파이만 남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파이는 1부에서 보았던 동물학의 지식으로 호랑이를 조련..은 아니고 자신을 해치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나빠져 식량은 줄어들고 구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220일이 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잃지 않은 유머와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존재. 자연 상태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포식자로써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바다라는 더 큰 두려움 앞에 함께 서게 되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로의 삶의 의지를 돋보아 주는 동반자가 된다. 크루소처럼 점차 야생적으로 된 그는 다양한 생존기술을 터득하지만 여전히 생존은 힘겹다. 갖가지 모험끝에 그는 겨우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리고 리처드 파크는 사라진다.

  3부는 파이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또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 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반전(혹은 진실)’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미심쩍다. 개인적으로는 ‘리처드 파커와 있었던 일을 믿고 싶다. 1부에서 보았듯 파이는 만물에 존재하는 신을 믿었다. 그와 같은 믿음 그리고 생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뒤에 한 이야기가 합리적이기에 사실성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뒤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에게 파이는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

불쌍한 불가지론자들이여, 조금만 상상력을 내어보자.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건 그대들의 빈약한 상상력 때문이다. 신은 존재한다. 그것은 이렇게 내가 살아남음으로써 증명하지 않았는가? 나는 227일간을 잔혹한 호랑이와 함께 험난한 태평양에서 살아남았다. 어느 쪽이 진실인가는 그대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메마르고 부풀리지 않은 사실적인 이야기, 그리고 환상과 기적이 공존하는 우리 자신의 눈과 귀로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당신은 어느 쪽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줄 평 : 이야기자체로도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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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즈 2006-06-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쓰셨네요.. 퍼갈게요~ ^^

슬라 2006-06-0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첫코멘트(!) 감사합니다
 
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 - 철학 판타지 시리즈 1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3
좌백 지음, 왕지성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유명한 무협소설 작가인 좌백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철학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번 책에서는 어렵고 딱딱하게만 여겨왔던 논리학의 개념들을 이야기 형식을 빌려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적 철학서적은 철학을 쉽게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많이 출판되어 왔다. ‘소피의 세계’나 ‘메타피지카 공주’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주로 외국에서 출판된 것이기에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힘든 점이 다소 있었다. 이 책은 중독에 걸릴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지만 공부는 싫어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처럼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평범한 주인공은 주 대상 연령층인 초, 중학생에게 공감을 일으켜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또 이야기의 진행 역시 게임을 하는 듯이 적을 물리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구성으로 되어있어, 게임에 친숙한 독자들이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한계점은 곳곳에서 보인다. 우선 배경 설정에서 부실함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주인공의 꿈(혹은 환상)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무대가 사실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주인공에는 몰입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배경에는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역시 단지 주인공의 길을 방해하는 요소로써만 등장할 뿐, 개연성이 없고 이야기의 진행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여긴 ‘논리학’의 개념 부분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 들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념에 대한 정의를 대화나 행동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부연 설명하는 식으로 이야기 중간중간에 따로 첨부하기 때문이다. 마치 옆에 논리학 참고서를 두고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논리학 그리고 철학을 대중화시키려는 노력이 독자에게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 분명 논리학의 개념들에 대한 정의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계속 읽어 갈 수 있다. 그래서 재미있게 책을 읽다 보면, 개념의 정확한 이해는 힘들더라도 그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이 책의 궁극적 의의가 아닐까 생각된다. 후속편인 동서양 사상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한 줄 평: 논리학에 입문하려는 분께 주의환기용으로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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