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 - 철학 판타지 시리즈 1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3
좌백 지음, 왕지성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유명한 무협소설 작가인 좌백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철학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번 책에서는 어렵고 딱딱하게만 여겨왔던 논리학의 개념들을 이야기 형식을 빌려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적 철학서적은 철학을 쉽게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많이 출판되어 왔다. ‘소피의 세계’나 ‘메타피지카 공주’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주로 외국에서 출판된 것이기에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힘든 점이 다소 있었다. 이 책은 중독에 걸릴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지만 공부는 싫어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처럼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평범한 주인공은 주 대상 연령층인 초, 중학생에게 공감을 일으켜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또 이야기의 진행 역시 게임을 하는 듯이 적을 물리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구성으로 되어있어, 게임에 친숙한 독자들이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한계점은 곳곳에서 보인다. 우선 배경 설정에서 부실함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주인공의 꿈(혹은 환상)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무대가 사실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주인공에는 몰입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배경에는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역시 단지 주인공의 길을 방해하는 요소로써만 등장할 뿐, 개연성이 없고 이야기의 진행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여긴 ‘논리학’의 개념 부분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 들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념에 대한 정의를 대화나 행동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부연 설명하는 식으로 이야기 중간중간에 따로 첨부하기 때문이다. 마치 옆에 논리학 참고서를 두고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논리학 그리고 철학을 대중화시키려는 노력이 독자에게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 분명 논리학의 개념들에 대한 정의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계속 읽어 갈 수 있다. 그래서 재미있게 책을 읽다 보면, 개념의 정확한 이해는 힘들더라도 그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이 책의 궁극적 의의가 아닐까 생각된다. 후속편인 동서양 사상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한 줄 평: 논리학에 입문하려는 분께 주의환기용으로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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