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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寓畵箱子),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외수 님의 작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감상할 때마다 느꼈다.
약간은 진부하면서도 전부가 틀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 부분에 오히려 사람들은 이끌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역시나 이번 작품에서도 육안, 뇌안, 심안, 영안을 모토로 같은 구성을 하셨고
이전에 접한 다른 작품들과의 큰 차이점은 느낄 수가 없었다.
오로지 단순할 정도로 옳고, 선한 쪽에서만 모든 것을 바라보는 관점..
이야기의 30%를 차지할 만큼 물풀의 미학에 대해서 꽤나 장황하게 설명 하셨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자유분방하고 세상에 미련이 없을 것 같은 존재는
결코 선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분명히 옳은 것도 아니다.
내가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은 그 물풀을 아주 극단적인 판단으로 인해 고착시켰다는 점.
물풀은 단순히 이외수 선생 본인의 모습을 투영한 존재일 뿐..
내게는 그 이상 그 무엇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의 글을 읽는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얘기거리일 뿐이었다.
만약 '그럴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것도 있다'는 식으로 명시 하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초반 그리고 후반에 나오는
[귀머거리 의암호에 유리새 울음소리, 벙어리 봉의산에 청솔잎이 떨어지네] 라는
이외수 식 암호는 그다지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한마디로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도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암호...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금은 단순하게 혹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인데도 그래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허!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이 있단 말인가?"
지금의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생각과 감성들...
물론 그것을 판단하는 나의 생각도 나 스스로에게만 적용되는 생각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외뿔의 존재인 몽도리라는 도깨비가 나오고, 작은 띠끼(물벌레)가 나와 이야기를 이루어간다.
동화적인 컨셉으로 이야기를 진행 한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난해하면서도, 복잡하다고 해야 할까?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의 의미가 사라지고 난잡해져 도통 얘기를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 하기가 힘들었다.
얼마나 힘든 세상을,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사셨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시야가 굳어 지실 수가 있는지..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 작품을 대하면서 그 매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 그런 아쉬움일 것이다.
이것이 세대 차이인가? 아니면 사람과 사람 차이?
여하튼 내가 보고 있지 않은 여러 부분들에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그나마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 된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하악하악이라는 책을 읽진 않았지만
그 책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만은 씁쓸한 사실인 것 같다.. (구매자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