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

[그때 그 귀신 이야기, 기억나세요?]

[홍콩할매귀신]
1990년대 초반, 전국의 '국민학교'(당시엔 초등학교가 아니었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전설적인 괴담의 주인공이다. 다른 도시도 아닌 '홍콩'할매귀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가던 중 추락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는 설정에서 비롯됐다. 귀신인 만큼 괴기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반은 고양이의 얼굴, 반은 할머니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는 할머니가 애지중지하던 고양이가 죽은 할머니를 살려내기 위해 자신의 영혼 절반을 나눠줬기 때문이란다. 이 홍콩할매귀신은 유독 아이들만을 공격대상으로 삼는다. 왜냐고? 이유는 없다. 다만 이 이야기에 열광하고 무서움에 덜덜 떨었던 것이 아이들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화장실의 4번째 칸을 이용하면 안된다, 밤 늦은 시간 혼자 다니는 아이들을 공격하므로 밤에는 돌아다니면 안된다, 전화기는 4번 이상 울릴때까지 받지마라, 창문에서 자기이름을 부르거든 절대 문을 열어보지마라, 손톱을 뽑는 버릇이 있어 절대 손을 내 줘서는 안된다 등의 각종 '금기'를 만들어 냈다. 이 홍콩할매 귀신을 피하려면 할머니의 모든 질문에는 거꾸로 말해야 하고, 답의 끝에는 '홍콩'이라는 단어를 덧붙여야 한다고.

퇴치법은 발가락에 홍당무를 그러는 것.

(그때도 나도 그런지만 솔직히 무서웠지 실제 어린 시절에)◀┘ 

 [빨간마스크]  

한때 이 '빨간마스크' 때문에 부산.포항지역에서는 아이들의 등교 거부 소동까지 벌어졌었다. 붉은색 코트에 긴 생머리, 입에는 특이하게도 빨간 마스크를 하고 있는 여자. "나 예뻐?"라고 물을 때 "예쁘다"고 답하면 "나랑 똑같이 만들어줄게"라며 낫(혹은 가위)로 입을 귀까지 찢어주고, "못생겼다"고 답하면 화가나서 역시 입을 찢어버린다는 정신이상자와 같은 행동을 보인단다. 이 '빨간마스크의 여자'가 입이 찢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성형수술에 실패로 입이 귀까지 찢어지게 된 여자가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키면서 엽기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다닌다는 것. 또 세 자매 중 선천적으로 예쁜 얼굴을 가진 막내의 얼굴을 시샘한 두 언니가 막내의 입을 찢어버리면서 정신이 나가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퇴치법은 역시나 어이없다. '포마드!'를 세번 외치는 것.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머리에 포마드 기름을 듬뿍 바르고 있었던 탓이란다. 다른 방법은 "글쎄요", "그저 그런데요?" 같은 애매모호한 답변을 해서 도망칠 시간을 버는 것이 있지만 100m를 3초에 주파한다는 '빨간마스크'에게는 별 효과가 없을 듯.

(포미드 외칠 때 그때는 또 마법 같았어)◀┘ 

 [분신사바]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혼령이여 혼령이여 내게와 주세요) 친구들이 돌아간 빈 교실. 몇명이 둘러앉아 빨간펜을 손에 쥐고 주문을 외우면 혼령이 나타나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분신사바'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귀신을 부르는 주술'이다. 2004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방법은 간단하다. 2~4명이 둘러앉아 흰 종이 위에 볼펜을 수직으로 들고 손을 맞잡아 오른쪽으로 세 번 원을 그리며 주문을 외운다. 영매의 팔이 떨리기 시작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면 귀신이 온 것.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OX로 대답을 해주기도 하고, 글자판을 미리 만들어두면 귀신이 자음, 모음을 차례로 짚어가며 대답해 준다는 설도 있다. 서양에서도 우리와 주문은 다르지만 유사한 방식의 '소환술'이 있다고.

(중학교때다 반애들와 같은 분신사바을 했다. 정말로 움직있는데...)◀┘ 

[콩콩귀신]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고등학생들 사이에 주로 떠돌았던 괴담이다. 어느 학교에서 항상 1등만 하던 학생과, 그 때문에 항상 2등에 머물던 학생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이 될 수 없자 좌절에 빠진 2등. 어느 날 1등이 옥상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고는 '저 아이만 없으면 내가 1등을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에 그의 등을 떠밀고 말았다. 옥상에서 떨어진 학생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그 후 학교에는 '콩콩콩' 소리를 내는 귀신 소문이 떠돌았다. 매번 2등을 하던 학생이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고 있던 어느날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콩콩콩, 여기 없네, 여기도 없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교실문이 스르륵 열렸다. "콩콩콩, 너 여기 있었구나."하고 달려든 것은 바로 죽은 1등의 귀신. 머리를 찧어 죽은 모습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콩콩 찧으며 2등 학생을 찾아다닌 것이다.

(옥상에 올라가며 정말 콩콩 소리가 나는지 그때 정말 괴담 이었어]◀┘ 

[김민지 토막살인사건]  

어느 날 애지중지 키웠던 초등학생 딸아이가 토막이 난 주검으로 돌아왔다. 해외 출장으로 딸의 납치 소식을 알지못했고, 늑장대응을 한 경찰 때문에 늦은 나이에 얻은 금쪽같은 딸을 잃어버린 것이다. 한이 맺힌 아버지. 아이가 살다간 흔적을 어디에든가 남겨놓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가 생각해 낸 것은 당시 한국조폐공사 사장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화폐 곳곳에 암호와도 같은 작은 흔적들을 남겨 놓는 것. 10원 짜리 동전에는 다보탑 다리 하단 탑신부에 'ㄱ ㅣ ㅁ'이라는 글자를, 50원 짜리 동전에는 아이를 살해했던 도구인 낫을, 100원짜리 동전에는 이순신 장군 수염을 가장해 아이의 머리카락을, 500원 짜리에는 누구보다 하얗고 가느다랗던 아이의 팔을 마치 학의 다리인것처럼 그려넣었다. 또 1천원 짜리 지폐에 있는 항아리 막대 끝에는 아이의 이름 가운데 자인 '민'(min)을 영어로 써 넣고, '지'자는 5천원 짜리 지폐에 '갈 지(之)'자로 썼으며, 1만원 짜리 지폐에는 아이의 잘려진 다리를 그려넣었다. 당시 이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결국 조폐공사에서 공식 '부인'하며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발표까지 있었다고 한다.

(듣는 소문에 위하며 정말 잔인하고 짝이 없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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