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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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나무의 철학



인생의 여러 오답들운 허황된 것이 아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기꺼이 고민하고 인생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데려가는 것들을 기꺼이 선택하는 삶. 



빛나는 성공이라 부르는 참담한 실패를 수없이 겪은 백영옥 작가. 


이십 대와 삼십 대 시절 얼마나 많이 실패하고 절망했는지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오늘에 이르렀는지 삶의 다양한 이면을 경험하며 써내려간, 뭔가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익숙하다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불안과 실패의 시간을 혹독하게 지나온 이의 진솔한 고백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 때문에 백영옥 작가의 작품이 유독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의 문장들 쳇바퀴 도는 일상에 지친 하루를 위로한다. 



꿈이 꼭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꿈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한때 눈부시게 빛나는 재능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건 청춘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삶의 어느 때는 너무 커 보이기도 한다는 걸. 



내가 성공보다 실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라는 건 당연지사 사람에게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으로 기울어져버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아는 일이, 한 사람의 내면을 훨씬 더 깊게 들여다보는 일임을 나는 거의 확신한다.


​ “내가 가장 예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있는 지금의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청춘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겹다. 


​이 넓은 세상은 왜 내 자리 하나를 허락하지 않는지 자꾸 억울해진다. 


행복보다 불행에, 


성취보다 실패에, 


나의 오늘보다 SNS 속 타인의 하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


지방의 작은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추억의 영화를 보고 옛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책 속의 한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소박하고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먹으며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다. 


그 지난한 시절을 건너 어느 날 문득 세상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내 자리를 발견하고 안도한다면,


 바로 그때,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눈에 보일 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내느라,  


매일 좌불안석과 전전긍긍을 오간다.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모든 게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날,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여행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면 


마음이 답답할 때, 


하루가 고단할 때, 


지금은 멀어져버린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할 때,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 밀려올 때 


고픈 배를 채워주던 포장마차 주먹밥,


 벚꽃 길, 


바닷가, 


즐겨 보던 드라마와 영화, 


따뜻하고 다정한 문장들에 위로받다 보면 


어느새 어른으로 살아가는 지금도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청춘은 이제 내게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아니다. 


노안 때문에 책 읽기가 다소 불편해지고, 


오래 앉아 있으면 좌골 신경통에 어김없이 다리가 저릿한, 


허리가 아파서오래 작업할 수 없는 나. 


늙었다기보다 낡았다 부르는 가죽이나 와인처럼 낡아가며 애틋하게 아름다워지는 것들. 


나이테 같은 그 묵묵한 시간들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들리지 않던 많은 것을 듣게 하는 것. 


꽃피는 4월도 아름답지만 낡아가는 나무가 떨군 10월의 단풍과 낙엽도 좋다. 

청춘이 스러진다. 


서른 살 내내 누군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던 내가, 마흔이 넘고 쉰을 넘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더 귀 기울일 수 있을까. 


나의 옛 친구가 좋아하는 건 눈이 쏟아진 뒤 드물게 빨간 하늘. 


눈이 오면 하늘이 빨개진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나는 “그럴 리가!”라고 반문했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올해도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의 색깔을 헤아리고 있을 것 같다. 


하늘이 정말 빨개지는지. 


잔뜩 울고 난 후 충혈된 눈처럼 발갛게 서글퍼지는지.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는 나이에 대해 생각하면서.



직장생활 6년 차쯤이었다. 


누군가는 사표를 내고 긴 여행을 떠나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백수가 되거나, 결혼을 하는 나이. 


애매하게 불안하고, 불안해서 신경질적이고, 터무니없이 자신에게 화가 나고 다시 두려워지는 나이.



청춘은 꼭 배고프고 허기져야만 하는 걸까.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스물의 너희들이 아프다고 말했던 의미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기가 그저 물리적인 배고픔을 뜻하는 것일 리 없다.


 사랑에 고프고, 우정에 고프고, 삶에 고픈 것이라는 걸 알 만한 나이. 


진짜로 배가 고팠던 날을 떠올리면 언제나 그 시절, 천 원짜리 주먹밥이 떠오른다.


​분명한 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들이 자신의 비극적인 개인사를 더 많이 털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이 더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내심 불편했던 건 왜일까. 


벌 만큼 벌면서, 성공할 만큼 성공했으면서 자신의 비극과 슬픔을 과장하는 특유의 몸짓에 힘들었던 걸까.


 어쩌면 웃어야 할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게 부대꼈던 건 아닐까.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던 해,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몇 반의 누가 죽었고, 몇 반의 누구는 구조되어 살아났다는 소식을 내게 풍문처럼 들려주었다. 


삶과 죽음 사이의 일들이 그렇게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무심히 말해질 수도 있다는 것과, 삼풍백화점이 사라진 자리에 어마어마하게 큰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가 죽음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많은 노인들이 죽고 나서야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삶이라는 걸 알 리 없는 스물 몇 살의 일이었으므로.

돌이켜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나이 많은 여자들의 선의에 의지해 살아왔던 게 분명하다. 그들은 지갑을 가져오지 않아 곤란해하던 내게 정류장 어딘가에서 돈을 내어주었고


저혈압 때문에 지하철에서 비틀거리던 내 손을 제일 먼저 잡아주었다. 


버스 안에서 술 취한 아저씨가 어린 여자에게 욕을 해대며 윽박지를 때, 가장 크게 항의하고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던 것도 우리가 ‘엄마’라 부르는 그녀들이었다.


​그때 나는 제주의 울퉁불퉁한 길을 멈추지 않고 걸으며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나는 ‘대신’이라 써 붙일 수 있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얼마간 알고 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나는 소설을 읽는 대신 요리책이나 연애상담서를 읽었다. 


소설을 쓰는 대신 소설의 리뷰를 썼다. 


소설가가 되는 대신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완벽한 대신 인생. 


나쁘지 않았다. 


아주 좋지도 않았지만.



나는 더 이상 ‘꼴찌에게 박수를!’ 따위의 말을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라는 말 역시 믿지 않는다. 



누군가의 꿈이 꼭 위대한 작가나 홈런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십 대와 삼십 대에 걸쳐 쓴 인생의 오답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세상엔 죽도록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좌절된다. 


내가 쓴 틀린 답을 조금씩 고쳐 나가며 사십 대에 이르러 마침내 꺼낼 수 있는 이야기 


허황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바꾸기 위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불행하지 않은 쪽이 아니라, 행복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세상엔 ‘행복’ 이외에 ‘다행’이 있다는 걸 발견해내야 한다. 


행복이 어딘가로부터 오는 게 아니듯, ‘다행’ 역시 끝없이 찾아내는 일에 가깝다는 걸 말이다. 


행복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백영옥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를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를 펴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작가 백영옥이 연간 500권이 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 중 정수를 담은 에세이다. 매일매일 일상 곳곳에서 밑줄을 수집해,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약 대신 처방할 수 있는 문장을 쓴다. 상처의 시간을 겪은 사람들에게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문장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작가의 오랜 기쁨이다.



조선일보 ‘그 작품 그 도시’, 경향신문 ‘백영옥이 만난 색다른 아저씨’, 중앙SUNDAY S매거진 ‘심야극장’, 매일경제 ‘백영옥의 패스포트’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 한겨레21, 보그, 에스콰이어 등에도 책과 영화에 대한 폭넓은 글을 발표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에 ‘말과 글’을 연재 중이다. 교보문고 ‘백영옥의 낭독’과 MBC 표준 FM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라디오 북클럽 백영옥입니다’의 DJ로 활동했다. 현재 EBS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에서 골목을 여행하며 동네 책방을 소개하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



작가의 말 7


1장 봄날은 간다


서른아홉, 나의 삼십대가 저물어간다 17


이미 사표를 던졌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하고 있었다 26


봄에는 혜화동을 걸어야겠다 43


가장 높은 경지의 유머 감각 51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 57


네가 말하면 꼭 반대로 되더라 61


집보다 방 69


나는 어디론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75


2장 버스를 타고


이상하다.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85


36.5도보다 더 온기 있는 것들 91


남의 얘기를 하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여자 96


사랑이 고독을 말끔히 해결해주진 않는다 102


그러니 우리 너무 힘들어하진 말자 108


고속터미널의 한 극장에서 엄마와 영화를 봤다 114


가장 사랑했던 것들이 가장 먼저 배반한다 123


기적처럼 헤어진 옛 연인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므로 127


3장 기억의 습작


이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들 139


삶은 결국 코미디라니까 144


서른여덟에 읽는 안나 카레니나 147


친밀함의 거리는 45.7CM 152


사라지는 가게들의 도시 159


어른스런 밤 167


4장 어른의 시간


걷는 여행은 울퉁불퉁해진 삶을 위로한다 177


마흔이 되면 나만의 방을 찾아 정착할 수 있을까 184


ENJOY YOUR FLIGHT 194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206


불행해지지 않는 게 아닌, 행복해지는 삶에 대하여 211


■ 지은이_ 백영옥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본 서평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았습니다. ^^  

으나책빵 으나가 #완독 후 생각과 느낌을 포함, 재해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나무의 철학 리앤프리서평단 서평완료 감사합니다 



#곧어른의시간이시작된다 #백영옥  #나무의철학 #산문집


#리앤프리서평단 #도서증정 #책선물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521563



곧, 어른의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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