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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요한 날에 - 고요한 날에 고유한 우리의 마음을 담아
황녘 외 지음 / 고유 / 2024년 4월
평점 :


10명의 작가님들이 모여서 함께 펴낸 책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많이 쓰였던 오다솜 작가님의 '지금, 여기, 백령도'라는 글을 읽으면서 사색에 많이 잠기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게 될 번아웃 증상.
오작가님의 글을 보니 딱 그 증상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직장을 관두고 이모님께서 거주하시는 백령도라는 낯설고도 낯설지 않은 곳에서의 인연이 시작된다.

백령도에서의 생활은 초반에 너무 좋았지만, 그 역시 오래 가지 않았고 익숙치 않았던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해 갈 쯔음 다시 또 인사발령을 받아 육지생활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스스로의 힘듦을 결국 남에게 토로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 부모님께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상황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어질 때의 기분을 나는 알고 있다. 학창시절에도 사춘기가 별로 없이 지나간 나로서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새내기 때부터 방황을 시작하고, 결국 휴학까지 하면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렸을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것이 다 재미가 없었을 때. 결국 선택한 건 '죽음'이라는 답 뿐이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깊은 공허함과 무기력함에 빠져 허우적 거릴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어떻게 내가 그 우물에서 빠져나왔는지 싶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그 때의 생각이 많이 나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스스로 그 어려운 늪에서 헤어나온 작가님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찌나 대견스러운지, 괜시리 코끝이 찡했던 순간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여러 감정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조재호작가님의 '나의 작은 고양이'라는 글을 읽을 때도 집사라면 누구나 다 느낄만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해받을 수 있었다. 동물이 너무 오래 살면 영물이라 된다고 책 속의 내용에 영물을 찾아보니 보통은 고양이에게 영물이란 말을 하지, 강아지에겐 영물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물: 사람의 지혜로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고 신비스러운 물건이나 생명체, 또는 육체가 없는 영적인 실체를 가리켜 이르는 말. 주로, 하나님의 거룩과 영광을 훼손하는 영적인 실체(우상)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조재호 작가님의 글은 대부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두었다가 이곳에서 조심스레 풀어놓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조곤조곤 속삭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글 속에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10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글을 썼지만 이상하게도 자연스레 글의 흐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를 풍긴다.
추천사에 쓰여진 박정원 작가님의 마지막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마음이 고요한 날에>는 딱 그런 책이니까-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로도 나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음이 고요한 날에> 박정원 작가 추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