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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위저드 베이커리>는 구병모 작가의 장편 소설이자 데뷔작으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청소년 문학에 판타지 소설이라 책 자체는 큰 어려움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존재 때문에 상처받는 인간

 

 청소년 문학인데 생각보다 가감 없고 거침없이 쓰여 있어 놀랐다. 하긴, 요새 애들이 뭐 모르는 게 있나... 막연한 희망이나 그저 '다 잘 될 거야' 식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좋았다. 인간은 누구나 존재 때문에 상처받기 마련이고, 그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고 하여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을 끝내고 지금 읽고 있는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생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냉혹한 과정인지 모른다. 원대한 꿈과 낭만적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대통령, 과학자, 장군, 의사, 영화배우, 축구 선수, 교사, 판검사, 변호사, 외교관, 소설가, 기업가…. 아이들은 마음대로 꿈을 정한다. 스스로 정하든 부모가 권하든 백지에 그림 그리듯 할 수 있다. (중략) 그러나 생각이 자라고 사회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알게 된다. 어떤 것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인간은 태어나면 매 순간 조금씩 조금씩 죽어간다고.

 주인공은 6살, 엄마가 자신의 손을 놓고 청량리역에서 사라졌을 때 한 번,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당했을 때 한 번, 배 선생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힐 때 한 번, 무희의 손가락이 주인공을 지목할 때 또 한 번. 그렇게 매 순간 순간 단지 존재한다는 이유로 상처 받고 죽어간다.

 

 존재가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라면, 그 때문에 겪는 상처와 죽음도 받아들여야 하기 마련이다. 주인공은 우연히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사와 파랑새를 만나게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신기한 마법의 빵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며 조금씩 조금씩, 상처를 조우할 용기를 배운다.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한 인간의 성장소설이자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이다. 좋았던 것은, '바로 이게 정답이야!'라는 확정적 결론이 없었던 점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어떠한 선택도 정답이 될수는 없다. 그러니 정답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을 이 소설은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결국 답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답은 없으나 그 선택과 결단을 내릴 용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다. '다 잘될거야'라는 뜬구름잡는 소리를 안해서 더 좋은 책이다.

사람은 자기가 애당초 가져본 적이 없거나 너무 일찍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품지 않는다.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하염없이 느슨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 그런 테두리나 조건 안에서 우리는 ‘우리‘일 수 있었다.

화재나 교통사고도 아니고, 사람의 감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꼭 한 가지일 수만은 없다. 그래도 그중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아버지의 시선 처리에 있었다.

배 선생이 내게 사소한 장면들을 하나하나 얹어주어 무게감과 압박감을 키운 것 못지 않게, 그녀 자신에게도 누적되는 고통들이 있었으리라는 짐작은 쉽게 갔다.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그러나 마치 원소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는 것처럼.
……그렇지만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나는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인데.

옛이야기에서와 달리 지금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그 어느 영화인가 책에서였나. 집주인이 도둑과 함께 살고 있는 것조차 몰랐다던 얘기가 있었지. 이 넓지 않은 집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애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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