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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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필요한 말이 다 들어 있었다. 밑줄을 많이 그어놓고 필사하는 마음을 생각하며 옮겨 적었다.실용서이기도 하고 에세이기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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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 프랑스에서 부부 대신 파트너로 살기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24
이승연 지음 / 스리체어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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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끝은 결혼 뿐일까? 우리는 어째서 연애의 끝을 항상 결혼 혹은 헤어짐이라고만 상상할까? 결혼제도는 도대체 무엇을 수호하고 있는 걸까? 팍스Pacs: Pacte civil de solidarité는 이성 혹은 동성 커플이 계약을 통해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는 프랑스의 대안적인 결혼제도이다. 동성커플의 결혼을 제도화하며 생겨난 이 관계는 결혼은 하지 않은 채 동거만 하는 커플에게 부부에 준하는 자격을 인정해주어 다양한 혜택을 보장한다. 물론 법적 부부에 비하여 상속, 증여 등의 부분이 크게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어느날 엄마가 외국인 패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나에게 문득 이런 얘기를 했다. 

"만약 우리가 프랑스에 살았다면, 그러니까 문화가 달랐다면 네가 만약 남자친구와 동거를 한다 하더라도 충격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패널들이 한창 결혼 전 동거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결혼이나 동거와 같은 것들에 우리가 갖는 선입견이 생각보다 더 제도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결혼 전에 반드시 동거를 해봐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관습적이고 보수적인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새삼 놀라웠다. 


이승연의 에세이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은 결코 팍스 제도가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커플에게 제한적인 지원을 해줄 뿐이며, 허점도 결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록 불완전한 제도일지라도, 결혼에 대한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정상적인' 궤도에 질문을 던져야한다. 결혼 이외의 또다른 관계는 어째서 존재할 수 없는 걸까? 팍스는 이런 의구심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사실 팍스라는 제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도를 둘러싼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와 이해이다. 사실 제도의 형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팍스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제아무리 완벽하고 훌륭한 제도가 있다 한들, 결혼과 동거,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동의와 이해가 없다면 제도가 완전히 실현되긴 어렵다.


지금 한국은 더 떨어질 데도 없는 것 같은 출산율은 바닥을 치고, 비혼을 선언하는 청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감에 '출산주도성장'이라는 해괴망측한 용어마저 등장했다. 하긴 정부기관이 나서서 '가임기 여성 지도' 같은 괴이한 그림을 그리는 마당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팍스 제도가 한국에 존재한들 이렇게 결혼과 출산과 육아에 무지한 이들이 계속해서 정부기관을 이끌고 어처구니없는 출산 정책을 만든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100페이지 정도의 짧고 쉬운 내용이지만 연애와 결혼, 육아에 이르기까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처음 팍스 제도가 정착할 당시만 해도 결혼 후 이혼하려면 복잡한 서류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팍스 제도를 맺은 파트너는 헤어지기가 훨씬 수월하여 가볍게 관계 맺고 가볍게 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물론 통계가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지만) 팍스 파트너들이 헤어지는 비율보다 결혼한 부부의 이혼율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이혼을 위해서는복잡한 서류 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는 이 현상을 두고, 결혼한 부부는 서류상으로나 행정상으로 안정되어 있는 반면 팍스 제도는 커플을 느슨하게 묶어둘 뿐이기 때문에 파트너들이 관계를 위해 더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목에서 나와 내 애인이 우리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나아가 나는 내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마따라 법적인 지위가 우리의 관계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그는 나와 함께 평생 살고 싶고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지만, 이마음을 남들 앞에서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개인의 권리보다 의무를 갖오하는 이런 문화가 프랑스에 있었다면 팍스와 같은 제도가 있다고 해서 평등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결국 제도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완성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성을 출산의 당사자로 존중하는 프랑스 사회의 태도다.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야 할 것이다.

그의 말처럼 팍스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제도라고는 말할 수 없다. 팍스를 맺고 사는 모범적인 커플이 있는 반면, 당연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결혼 이외의 대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선택을 현명하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살며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이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결혼이라는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도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다.

극단적인 예시일지 모르겠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통과한다고 해서 연인, 가족 관계가 굳건해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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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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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편 사람들은 모두 첫 문장에서부터 멈칫하지 않았을까? 취약한 인간 종이 마찬가지로 취약한 다른 종을 끊임없이 착취하는데, 놀랍게도 우리는 이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 거 일일이 신경쓰면 세상에 먹을 수 있는 거 하나도 없어'라는 말로 애써 외면하고 적극적으로 모른 척하던 닭, 돼지, 개의 이야기. 담담하고 유려한 작가의 서술방식과는 별개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끔찍해서 읽다가 몇번이나 멈추고 한숨을 쉬어야 했다. 작가는 글로 읽을 때와 달리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글로 읽기만 하는 나로서는 그저 다른 개체들이 불쌍하고 그들에게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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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 - 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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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격려와 응원을 받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한 여자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주눅들지 않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나도 모쒀 마을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지? 가족 체계와 결혼 제도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의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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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국의 시간 - 당신은 지금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나요?
조한혜정 지음 / 사이행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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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혜정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길래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곧장 구입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칼럼과 글, 인터뷰 등을 묶어 만든 책. 대한민국의 현 시간을 묻는 글들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가? 선진국을 애타게 뒤쫓다가 선망국(먼저 망한 나라)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먼저 망한 나라에서 선망하는 나라의 시민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절망적이기만 한 현실에서 선생님은 늘 그렇듯 청년 세대를 사랑하는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이 따뜻함에 괜히 마음이 동하여 울컥한다. 


어제까지만해도 아득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서로 돌보는 사회'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성큼 가까이 와 있는 듯하다.

올해 나이 칠순, 공자님 말씀으로는 종심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종심이란 마음이 좇는 대로 행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나이라지요.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시민 공화국을 위해 독배를 마신 나이입니다. 이 나이가 되면 훌륭한 사람은 겁이 없어지는 모양인데 나는 왜 겁이 나는 걸까요? 진리를 말하려는 행위 자체가 무모하게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내겐 계속 글 써주기를 바라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끼는 친구와 제자들이 있습니다. ‘개인‘은 경계가 분명한 독자적 존재가 아니라 ‘관계의 합‘일 뿐이라고 강조해온 내게 그들은 연을 맺은 시간부터 나의 오래된 동네 사람들이고 내 존재의 일부입니다.

거기 사람들이 있다, 하면 죽지 않는 거죠. 그럴 수 없다면 어디 살든 얼마를 벌든 지옥인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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