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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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험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기어코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이를테면 #해나골드 #라스트베어 책에 담긴, #열한살 #에이프릴 이 북극곰을 마주하는 순간처럼. 

____ 53쪽.
"에이프릴은 지금 고개를 들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고 직감했다. 그 순간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바꾸리라고. 어쩌면 영원히.
천천히 눈을 들었다.
50미터쯤 떨어진 해변에 서 있는 것은, 에이프릴이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웅장한 생물이었다." 

에이프릴은 기상 데이터를 관측하는 일을 맡은 아빠를 따라 베어 아일랜드로 향한다. 아빠는 그곳을 "자연의 신비로 가득"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곰은 한 마리도 없다. 그렇다면 왜 베어 아일랜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____ 43쪽.
"기록상 1596년에 처음으로 인간이 북극곰을 사냥했어. 바로 이 섬에서 말이야. 두 시간 넘게 싸운 끝에 죽였대. 그 후 이 섬을 베어 아일랜드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곰이 한 마리도 없다고 알려진 곳에서 에일프릴은 곰 한 마리를 만난다. 이름도 붙이지 않고, "곰아"라고 부르면서 둘은 금새 친구가 된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믿었기 때문이다. "동물의 크기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68쪽) 에이프릴은 곰의 등에 올라타 섬을 달리기도 하고, 포효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____ 135쪽.
"한번 포효할 때마다 에이프릴은 좀 덜 인간다워지고 좀 더 곰다워졌다. 작은 체구는 문제가 안 됐다. 얼마나 마음껏 외치고 싶은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섬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고, 서로의 소리를 듣는 법도 배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에이프릴과 곰은 보여준다. 에이프릴은 만년설이 녹아 원래의 곳에서 떨어진 곳에 살게 된 곰을, 다시 원래의 곳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모험을 강행한다. 에이프릴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____ 227쪽.
"그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니까요! 모르시겠어요? 만년설이 녹은 건 선장님과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의 책임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북극곰은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거예요."

열한 살 여자아이와 북극곰의 우정을 다룬 책이라는 정보만 듣고는, 감동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덮으면서, 만년설이 녹은 북극의 어느 곳을 떠올렸고, 그곳을 채우는 따스한 마음이 물결치듯 다가왔다. 열한 살 여자아이가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러니까 어린시절의 내가 이 책을 읽는다면 어땠을까? 그 마음을 영영 알지는 못하겠지만 에이프릴이 좋아했던 핫초코를 마시면서 이 책을 읽었던 재미와 감동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싶다. 

____ 58쪽.
"내 이름은 에이프릴이야, 에이프릴 우드. 열한 살이고, 핫초코를 좋아해. 특히 위에 마시멜로를 뿌린 핫초코."

#창비교육 #서평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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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뜻밖의 방식으로 인간을 위로한다. 당신, 이미 죽은 사람, 이라는 말. 그 겨울의 골짜기에서 당신도 얼어붙고 당신의 노래도 얼어붙었다, 는 말. 그리고 봄에 내가 당신의 노래를 분명히 들었다는 말."
_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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