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디자인
마스노 슌묘 지음, 이규원 옮김, 정영선 감수 / 안그라픽스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생의 디자인
마스노 순묘 지음 
정영선 감수
이규원 옮김
안그라픽스
-

본 책 리뷰에 앞서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에서 소개되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그늘에 대하여’를 읽고 난 후에 본 책을 접한다면 보다 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01. 
읽고 느끼고 담다.
'자연(주변 환경)을 읽어내고 그들의 심성을 읽어내고 드러내지 않고 담아낸다.'

지은이는 정원 디자이너로 그가 정원을 디자인 할 때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몇 가지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 드러나지 않음, 무상, 간소함이 기억에 남는다. 미리 작정하고 강압적인 디자인을 하지 않으며, ‘머물지 않음’ 즉 늘 같지 않고 흘러가버림을 디자인하고, 더는 덜어낼 요소가 없을 정도로 ‘번잡하지 않음’을 디자인하라는 말이다. 이는 자연과 동화되어 디자인하는 정원 및 건축 디자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읽는 이는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을 하고 있지 않을 때’만 고개를 끄덕인다.

02.
유현, 정적, 여백 그리고 명상
유현, ‘속 깊이 감춘 여운’, 정적, ‘안으로 향하는 마음’, 여백, ‘형상이 아닌 형상이 없는 곳에 중요한 내용을 담는 것’.
지은이가 자연을 대하는 마음 중 본인이 와닿았던 세 가지이다. 그리고 마지막 명상은 본인이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어떠한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주기 위해 고른 모습이다. 지은이가 디자인으로 자연과 공생하는 것에는 물, 바람, 돌 그리고 나무가 있다. 또한 무엇인가가 존재함에 존재할 수 있는 그림자까지 그는 자연으로 본다. 더 높은 곳까지 생각해본다면, 그림자는 빛 즉, 해와 구름 그리고 시간의 변함이 있음에 존재하니 정원에 모든 만물이 담겨있다고 말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적을 의미하는 바를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강의가 있었는데 이 내용은 다음 03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03.
본 책을 읽으며 저번에 함께 리뷰를 작성했던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에서 2장의 /동양적인 것의 탄생/이 계속해서 생각났고 다시 한번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3달 전, 본인은 한국 건축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건축 중에서도 '정자'에 대한 주제로 다뤄진 강의였는데 창경궁부터 도산서원의 정자까지 당시의 사상과 맞물린 건축의 미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 건축을 진정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을 보아야 한다 하였다. 자연과 물아일체 되는 것을 중시했던 선조들은 건축에도 이를 적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자라는 것이 하나의 관광지가 되어버리면서 자연과 공생하려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무시한 채 창 너머로 보여야 할 강과 산은 사라지고 도로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책을 읽다보면, 만들어진 정원이 정말 산 속의 강 옆에만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다. 책의 174쪽을 보면 ‘대지가 지닌 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도심 속에서도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때 느끼는 어려움을 말한다. 본인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광화문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해서 떠올렸다. 가끔 외국인 친구들을 관광시켜줄 때 필수적으로 이 곳을 가는데 그 느낌을 물어보면, ‘현대 속의 전통’이라며 '아이러니 하다'고 표현을 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러한 말을 들으면 내심 입꼬리가 올라가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내가 한 질문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단순한 감상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짐에 대해 물어보았어야 했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전통 건축들을 과연 얼마나 배려하며 빌딩을 세웠을까 싶다. 지은이가 말했듯 우리는 과연 ‘방문하는 이의 마음을 디자인’ 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