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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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선명한 단편집

벨벳 느낌의 표지와 그림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인 작가 단시엘 W. 모니즈의 데뷔작 열한 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이 책 뒤편에는 "만일 여자들에게 궁금해할 자유가 더 많이 허락되었더라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라고 쓰여 있다. 이 문구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우리 주변 어딘가 존재할 다양한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초라하지만 아름다운

처음 겪어보는 감정 앞에 결국 끝을 선택하는 소녀들, 뱃속에서 죽어버린 아이를 일상에서 자꾸 마주하는 여자, 암에 걸린 아내와 방황하는 남편 등 순탄치만은 않은 각 단편의 주인공의 인생,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일들. 이로 인해 주인공의 인생은 초라해질지 몰라도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묘사하는 작가의 표현은 아름답다.

비록 그 감정이, 그 끝이 슬프더라도 잔잔하게 끝나는 작가의 언어는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장면을 표현하는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이고 자극적이며 분명 감정선이 고조되어야 할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이어지는 작가의 언어 앞에 고조되는 감정선은 독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나지막하지만 강렬한

이처럼 담담한 작가의 언어가 표현하는 이야기는 강렬하다. 이 강렬함에는 유산, 우울증, 성폭력 등 갈수록 빈번해지고 더욱더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담는다. 충분히 공감되는 이러한 장면과 이를 묘사하는 예상치 못한 작가의 수식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더 불러들인다. 마지막에 옮긴이 박정선의 옮긴이의 말을 통해 예상치 못한 작가의 수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각을 통해 느껴지는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것이며, 오랜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피(빨강)는 혈맹을 맺은 뜨거운 우정, 임박한 죽음의 예감,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로운 생명을 뜻한다.

우유(흰색)는 어린아이에게 성장의 양분이 되는

색이기도 한 동시에

죽어서 땅에 묻혀 썩어 없어진 지 오래인

육신에서 끝내 남은 뼈의 색이다.

피(빨강)와 우유(흰색)를 섞었을 때 나오는 색인 분홍은

사산된 아이를 표현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

사춘기 시절에 대한 상징,

흥청망청하는 끔찍한 풍요를 나타내는 장치로도 동원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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